정치 국회·정당·정책

[회고록 진실공방 3大쟁점] 인권결의안 표결전 北과 접촉은 사실인듯

20일 北측 쪽지 받아...김만복 "정체는 노코멘트"

기권은 언제, 참여정부 인사들 "16일 대통령 주재 회의서 결정"

文 역할은, 백종천 "18일 회의는 외교안보실장인 내가 주재"



송민순 회고록 사태가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과 참여정부 인사들의 ‘1대다(多)’ 대결로 흘러가고 있다. 송 전 장관은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기록이 있다”고 맞섰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미 사실관계가 다 드러났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새누리당의 파상공세에 맞서 문 전 대표가 ‘무대응 원칙’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야권 내부에서 문 전 대표의 적극 해명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점차 확대되고 있어 문 전 대표의 결단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북(北)과 결의안 관련 접촉은 사실…사전 여부가 쟁점=송 전 장관은 지난 2007년 11월18일 외교안보조정회의에서 ‘우리 정부의 입장을 결정하기 전에 북한의 입장을 듣고 결정하자’는 결론을 문 전 대표가 승인했다고 주장했다. 송 전 장관은 회고록에서 김만복 전 국정원장이 “북한의 입장을 들어보고 결정하자”고 제안했고 문 전 대표는 이를 최종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또 북측으로부터 “남측 태도를 예의주시할 것”이라는 쪽지를 받고 2007년 11월20일 우리 정부의 기권 입장이 최종 결정됐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만복 전 국정원장은 이날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북한의 의견을 묻고 결정했다’는 송 전 장관의 주장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사전 의견 청취가 아니라 대북 동향 파악을 위한 차원이었고 기권 결정은 2007년 11월16일이라는 것이다. 단 2007년 11월20일 북한으로부터 건네받은 쪽지의 정체에 대해서는 “노코멘트”라고 답했다. 유엔 인권결의안 투표 전에 북측과 접촉을 취했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추측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문 전 대표 측 김경수 의원과 당시 통일부 장관인 이재정 경기교육감 등은 “북한의 쪽지가 아닌 대북 동향 보고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권은 언제? 16일인가 20일인가=새누리당의 북한 내통설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는 우리 정부가 대북인권결의안 입장을 북한과 사전에 교감하고 나서 2007년 11월20일 확정했다는 것이다. 송 전 장관도 11월20일 백종천 전 외교안보실장으로부터 북측의 쪽지를 받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결정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당시 천호선 대변인도 기자들에게 11월20일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른 참여정부 인사들은 이미 11월16일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결정됐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재정 교육감은 “11월16일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결정이 났다. 대통령이 이번에는 통일부 장관의 의견대로 가는 게 옳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에 우리 측 입장을 통보한 시점에 대해서도 11월18일 관계장관회의 직후 북한에 기권 입장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송 전 장관이 2007년 11월16일 노 전 대통령이 최종 결정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과 달리 참여정부 인사들은 “16일 결정이 난 사안이지만 송 전 장관을 다독이기 위해 그 이후 회의를 열었던 것”이라고 공통되게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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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전 대표의 역할과 입장은?=송 전 장관은 문 전 대표가 노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2007년 11월18일 외교안보조정회의를 열었고 북한의 의견을 묻기로 승인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표는 “비서실장인 내가 회의를 주재하거나 결정을 내릴 성격이 아니다”라며 부인하고 있다. 백종천 전 외교안보실장 역시 “18일 회의는 외교안보실장인 내가 주재한 것”이라고 문 전 대표와 같은 입장이다. 송 전 장관은 문 전 대표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나를 제외한 모두가 기권을 주장했다”고 밝혔다. 이에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문 전 대표는 송 전 장관의 입장에 따라 찬성 입장이었다”며 “문 전 대표가 찬성할 사람이 아닌데 찬성을 해서 기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문 전 대표는 “외교부의 설명에 동의해 찬성을 했는지 아니면 기권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변을 취해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진실공방이 계속되자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문 전 대표가 대권 주자로서 위기관리 능력에 의구심이 든다”며 문 전 대표의 적극적인 해명을 촉구했다. 하지만 문 전 대표는 19일 기자들과 만나 “사실관계는 이미 다 밝혀졌다”며 “더 이상 새누리당의 색깔론에 당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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