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상을 받기 위해 글을 쓰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신청하지 않은 상을 받는 일만큼 기쁜 일도 없겠죠.”
케냐 출신 작가 응구기 와 티옹오(78·사진)는 2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6회 박경리문학상 수상작가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작가는 독자에게 인정받는 것 외의 보상을 바라고 글을 쓰지는 않는다”면서도 “나의 창작 활동이 ‘박경리문학상을 받을 가치가 있음’을 인정해줘 깊이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1938년 영국 식민지였던 케냐에서 태어난 응구기는 영국 리즈대 대학원 시절인 1964년 첫 소설 ‘울지 마라, 아이야’를 발표했다. 1977년 신식민주의 문제를 파헤친 역작 ‘피의 꽃잎들’을 낸 뒤 독재정권에 의해 투옥됐고 1982년 케냐를 떠나 미국으로 건너가 현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에 재직하고 있다. 그는 ‘피의 꽃잎들’을 비롯해 ‘한 톨의 밀알’ ‘십자가 위의 악마’ 등 케냐 독립 전후의 사회상을 담은 소설에서 탈식민주의·반제국주의 성향을 작품에 반영해왔다.
응구기는 최근 발표된 2016 노벨문학상의 유력 후보로 거론된 바 있다. 유명 베팅 사이트에서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와 각축을 벌이며 ‘배당률 1위’를 기록했지만 수상의 영광은 미국 가수 밥 딜런에게 돌아갔다. 아쉬움은 없어 보였다. 응구기는 “몇 년 전부터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 날이면 기자들이 자택 앞에 찾아온다”며 “수상 여부와 상관없이 세계의 많은 사람이 내 작품을 인정해주는 것 같아 매년 이런 순간에는 마음이 따뜻해지고 벅차오른다”고 말했다.
박경리문학상은 그에게 개인적으로 더 소중하게 다가왔다. 사실 한국의 박경리 작가가 누군지 잘 몰라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봤다는 응구기는 “박경리의 소설 ‘토지’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며 한국과 나의 고국 케냐 사이의 유사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배를 경험했듯 케냐 역시 오랜 기간 영국의 지배 속에 탄압을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응구기가 1977~1978년 케냐 정부의 정치 탄압으로 수감생활을 하면서 영어가 아닌 케냐 토착어(기쿠유어)로 화장지에 몰래 써내려간 ‘십자가 위의 악마’는 박경리 작가의 사위인 김지하의 ‘오적’에서 영감을 받았다. 응구기는 “김지하 선생은 감옥에 갇혀 있는 동안 나의 정신적인 친구가 됐다”며 “여러모로 이번 상이 노벨상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각별하고 개인적으로 의미 있다”고 전했다.
응구기는 특정 언어 사용에 따른 정신적 식민지배에 반발하며 기쿠유어로 문학 활동을 하고 있다. ‘언어는 국가의 힘과 상관없이 상호 평등한 존재여야 한다’는 그는 “단일 언어만을 고집하는 것은 인간 정신의 성장을 막고 질식에 이르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프리카의 언어가 이 세상에 존재하며 다른 모든 언어와 마찬가지로 문학적 창작과 지적 활동에 참여할 권리가 있음을 알리는 계기가 된다면 이 상에 대해 한층 더 깊은 감사의 마음을 간직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에게 작가든 미술가든 음악가든 모든 예술가는 상상을 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다. 세계 어느 곳을 가든 ‘당신의 책을 읽고 감명받았다’고 말해주는 독자들 덕에 힘을 얻고 또 다른 요리의 영감을 받는다고. “이 모든 일이 가슴 벅차다”는 아프리카 현대문학의 거장은 오는 25일 연세대에서 ‘케냐와 한국의 문학적 연대’라는 내용으로 강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