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부대에서도 이런 행사를 진행하나요? 우리가 입대할 때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광경을 오늘만 여러 차례 봅니다.”
지난달 강원 춘천의 102보충대에서 열린 마지막 입영문화제에서 만난 한 중년 남성은 ‘요즘 군대 달라졌다’는 말을 연신 되풀이했다. 입대하는 큰 아들을 배웅하기 위해 근 30년 만에 부대를 찾은 이 남성에게 비친 군대의 첫 인상은 확실히 그가 입대했던 시절과는 달라도 한참 달랐을 것이다. 막연한 불안과 두려움에 휩싸여 들어섰던 그의 기억 속 군문이 위압적인 그 무엇이었다면 지금은 부대 공기조차 한결 가벼워졌다는 평가다. 최소한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가 많이 사라져 안도감을 느낀다는 게 현장을 찾은 아버지들의 중론이었다.
전국의 많은 입영 부대에서 입소 장정들을 대상으로 개최하는 입영문화제는 달라진 병영문화를 대표하는 행사 가운데 하나다. 입대자가 부모님을 등에 업고 걷는 ‘어부바길’에서 부모와 자식이 서로의 체온을 확인할 수 있고, 포토존에서 가족·친구와 함께 찍은 사진과 서로 주고받은 손편지는 잊지 못할 추억으로 간직된다. 다채로운 노래와 댄스 공연을 통해 잠시나마 긴장을 풀고 사랑하는 사람과 흥을 나눈다. 그래서인지 입대를 앞둔 청년들의 표정은 대개가 밝다. 군데군데 눈물로 석별의 정을 나누는 모습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부모님 손을 놓고 돌아서는 젊은이들의 얼굴은 비장하되 어둡지는 않다.
달라진 군대의 변화상은 입대 전부터 시작된다. 만 19세 남성이면 누구나 받아야 하는 징병검사 풍경도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종합병원급의 첨단 의료진단장비가 즐비한 징병검사장에는 징병전담의사 등 전문 의료진이 배치돼 정밀한 검사를 진행한다. 군 생활 부적격자를 가리기 위해 한층 더 정교해진 심리검사가 이뤄지고 어깨 탈골과 고혈압 같은 병역면탈 단골 질병에 대해서는 추가 정밀검사를 실시하기도 한다. 과학적인 검사를 통해 오해와 부정의 소지를 사전에 차단한다는 취지다. 신체검사의 신뢰도를 높이는 동시에 대상자의 불편은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지금도 개선이 진행되고 있다. 징병검사라는 용어 자체도 올해 안에 병역판정검사로 이름이 바뀐다.
1949년 병역법 제정 이후 60여년이 지났다. 그간 쌓여온 세월의 더께만큼 병역과 관련한 웃지 못 할 에피소드나 불합리한 사건들도 많았지만, 이젠 모두 지난 일들이 됐다. 그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져왔던 몇몇 부조리한 행태와 악습도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군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본연의 규율과 기강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입대예정자와 장병들의 편익을 증진하기 위한 제도개선 작업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어떤 조직이든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해선 구성원들에 대한 신뢰가 필수적이다. 하물며 군은 국민의 믿음 위에 존재하는 조직이다. 국민들의 애정 어린 관심과 믿음이 우리 군을 더 강하게 만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