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11년째 제자리걸음…MCM, 빛바랜 '名品'의 꿈

글로벌 럭셔리 표방했지만

명품 브랜드 필수 조건인

백화점 입점 경쟁서 완패

국내 소비자 거부감 늘고

중국인 인기도 시들해져

매스티지 브랜드로 전락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김성주 성주그룹 회장




지난 6월 김성주(사진) 성주그룹 회장은 성주그룹 창립 25주년을 기념해 그룹의 역사를 담은 ‘성주이야기’를 발간했다. 2005년 독일 브랜드 MCM을 인수해 세계적 패션그룹으로 성장했다는 내용으로, MCM이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라는 수식어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패션업계 종사자들은 MCM이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입을 모은다. 에르메스·샤넬과 같은 진정한 명품 브랜드를 지향하지만 경영철학과 마케팅 방식, 브랜드 평판 등 모든 면에서 매스티지(Masstige·대중적인 명품)에 해당 된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명품 브랜드의 필수 조건인 국내 고급 백화점 입점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났다는 분석이다. 20일 서울경제신문이 롯데·신세계·현대·갤러리아 등 4대 백화점의 MCM매장 입점 현황을 분석한 결과 MCM이 입점된 36개 지점 중 서울 강남 3구 내 매장은 2곳(신세계강남 3층, 잠실롯데 1층)에 불과하다. 압구정현대·갤러리아명품관 등 최고급 백화점에는 단 한 번도 입성하지 못했다. 그나마 롯데본점 1층과 신세계본점 2층에 매장이 있지만 본점 내 다른 명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보단 유커를 위한 전략 매장 정도라는 게 일반적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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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명품 브랜드의 깐깐한 입점 전략과는 반대로 매장 수 늘리기에 급급해오면서 명품으로서의 희소성을 잃어버렸다는 지적이다. 전국적으로 4대 백화점 매장만 해도 영등포·청량리·구리·부평·중동·전주·청주 등 30여곳에 달하고, 유커를 겨냥한 홍대·명동·가로수길·제주 직영점 등이 산재해 언제 어디서나 쉽게 구입 가능한 대중 상품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초중반 MCM을 처음 접했던 20~30대가 현재 30~40대가 돼 소비력이 커졌지만 이미 MCM은 메트로시티·닥스 등의 브랜드와 동급이란 이미지가 굳어졌다”며 “나날이 화려해지는 디자인과 중국인 인기, 높아진 가격 때문에 한국 소비자의 거부감은 더욱 커졌다”고 설명했다.

MCM 전체 매출의 50% 이상이 국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점은 MCM이 스스로 명품임을 내세우면서도 매스티지 전략을 펼칠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지게 하는 결정적 요소이기도 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MCM 전체 매출은 5,645억원으로 전년(5,899억원) 대비 4.3% 감소했는데, 이 중 54%에 달하는 3,064억원이 국내 매출이다. 국내 소비자와 면세점 방문 유커의 만족도가 성주그룹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만큼 당장 매장 입지·가격·디자인 등에서 획기적 변화를 꾀하기 어렵다. 명품이란 수식어를 쓰면서도 여전히 일반 대중과 유커에게 잘 팔리는 상품을 만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 같은 상황에서 MCM 국내 매출은 2014년 3,259억원에서 2015년 3,064억원으로 195억원 가량 줄었고, 같은 기간 유럽 등 기타국가 매출도 1,438억원에서 787억원으로 반토막났다. 국내 주요 백화점 내 중국인 인기도 시들해졌다. 신세계·현대백 전 점의 국경절 기간 중국인 은련카드 사용액을 보면 MCM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인기 브랜드 ‘톱10’에 들었지만 올해 두 백화점 톱10에서 모조리 빠졌다. 롯데본점 내 중국인 은련카드 구매건수도 2014년 말 기준 2위였지만 2015년 말과 2016년 상반기 모두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신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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