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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프리즘]대세는 '캔디형 신데렐라'...방송국은 왜 신데렐라 여주인공에 올인할까

주중 드라마 여주인공 '신데렐라' 캐릭터 왜 늘어났나

KBS2 ‘구르미 그린 달빛’, SBS ‘질투의 화신’은 평일 황금 시간대 드라마 시청률 1위라는점 외에도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이는 후발주자인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려’와 MBC ‘쇼핑왕 루이’도 마찬가지다.

최근 드라마에 신데렐라를 자처하는 여주인공이 부쩍 늘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장르의 여주인공은 재벌 실장님만 바라보는 ‘가난한데 씩씩한’ 인물이 절대다수였다. 반면 최근 등장하는 여성은 ‘비자발적 신데렐라와 캔디의 결합’과 같은 독특한 캐릭터로 양산되고 있다. 대중에 가장 쉽게 어필할 수 있는 인물이자 방송국 최후의 아이템이 주중 드라마 전체에 깔린 셈이다.




KBS2 ‘구르미 그린 달빛’ 포스터KBS2 ‘구르미 그린 달빛’ 포스터


그냥 ‘신데렐라’는 가라, 이제는 ‘캔디형 신데렐라’가 대세



궁중로맨스를 표방한 ‘구르미 그린 달빛’은 모두의 예상대로 해피엔딩을 맞았다. 역적으로 몰렸던 김유정(홍라온)은 신분을 되찾았고, 왕이 된 박보검(이영)과 사랑의 결실을 맺었다. 여성이 환관으로 신분을 위장한다는 설정은 여성의 연약함을 일부 덜어내며 수동적인 여성상에서 벗어났다.

‘질투의 화신’과 ‘쇼핑왕 루이’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질투의 화신’은 공효진(표나리)이 드라마에서 주로 보여준 캐릭터에 기상캐스터라는 전문직을 입혀 매력있는 여성임을 어필한다. 당당한 자세로 재벌남과 지상파 방송기자 사이에서 줄다리기하는 그녀는 결말에 누구를 선택하든 손해보지 않는 삼각관계의 중심에 서있다.

20일(목) 방송된 9회에서 서인국(루이)이 자신이 재벌가의 손자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전개가 빨라진 ‘쇼핑왕 루이’의 남지현(고복실)은 ‘캔디형 신데렐라’에 가장 가까운 캐릭터다. 기억 잃은 노숙청년을 데려다 입히고 먹였는데 그가 알고보니 대재벌의 손자라는 설정은 기존 드라마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도전이었다.

SBS ‘질투의 화신’ 포스터SBS ‘질투의 화신’ 포스터


여주인공이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벗어던졌을 때



주중 드라마의 주 시청자는 20대 이상의 여성이다. 간혹 정통사극이나 액션활극, 장르물이 등장하는 경우가 있지만, 최근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주중 드라마는 여성 시청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여성의 사회진출과 권위 신장에 발맞춰 조금씩 성장을 거듭해왔다.


이와 반대로 완벽남에 가까웠던 남자주인공은 어딘가 하나씩 모자란 인물로 그려지는 경우가 늘었다. 모든 것을 가진 남자, 그에게 부족한 한가지를 여주인공이 채워주는 과정에서 사랑이 싹튼다. 여성이 주도권을 쥔 채 남자주인공의 부족함을 감싸줌으로써 그에게 필요한, 그래서 그가 매달리게 되는 순간을 이끌어낸다. 여성 시청자들이 가장 원하는 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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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점은 이와 같은 드라마가 로맨스에만 치중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비슷한 종류의 드라마 대다수가 연애에만 초점을 맞춘다. 병원에서, 회사에서, 왕궁에서, 방송국에서, 장소만 다를 뿐 전체적인 이야기는 비슷하다. 질투와 오해가 반복되는 흐름은 이제 뻔하다. 빵과 고기를 매일 새로 굽는다고 해도 발라먹는 소스가 똑같으면 머지않아 질리는 법이다.

MBC ‘쇼핑왕 루이’ 포스터MBC ‘쇼핑왕 루이’ 포스터


방송국은 왜 신데렐라 여주인공에 올인할까



최근 방송사별 드라마의 흐름을 살펴보면 지상파는 안정에 치중하고 케이블은 실험에 집중하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하루 중 가장 높은 광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황금 시간대에 드라마를 방송하는 만큼 시청률 1%의 등락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2012년 이후 지상파의 광고매출은 성장세가 둔해지거나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광고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MBC는 2980억원, SBS는 2350억원, KBS는 2030억원의 광고 매출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지상파 3사의 실적을 모두 합쳐도 약 1조4000억원의 매출을 거둔 네이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2013년 네이버가 지상파 3사의 광고매출을 앞지른 이후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CJ계열 케이블 채널의 독보적인 성장세도 지상파에 대한 공세를 높였다. 신선한 장르물에 집중하고 황금시간대를 피하는 전략은 제대로 먹혀들었다. 올 상반기 CJ계열사는 ‘또 오해영’, ‘시그널’, ‘기억’, ‘38사기동대’ 등 호평은 물론 지상파 시청률을 뛰어넘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MBC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포스터MBC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포스터


방송사들은 콘텐츠 재송신, 간접광고(PPL)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나 아직 비중은 크지 않은 편이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광고매출 대비 협찬에 간접광고를 더한 비중은 KBS 19.9%, MBC 14.6%를 차지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지난해 황금시간대에 광고를 집중 편성할 수 있는 광고총량제를 도입한데 이어 최근에는 중간광고 필요성을 강조하며 광고 수익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신문협회가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으로 광고가 지상파에 쏠릴 것을 우려하자 방송협회는 “내수진작, 일자리 창출을 통해 결제가 발전할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처럼 지상파 시청률과 광고수익이 동반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각 방송사들은 황금 시간대에 안정적인 시청률을 보장할 수 있는 소재와 줄거리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여기엔 제작비도 적고 반응도 좋은 ‘로맨스’ 장르가 딱 들어맞는다. 같은 관점에서 보면 불륜도 마찬가지. 이번 주 방송된 지상파 주중 황금시간대 드라마 6편 중 ‘신데렐라’형 은 4편, 불륜 소재는 1편이었다.

최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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