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H씨가 식당에 가서 가장 많이 외치는 점심메뉴는 ‘저도요’다. 늘 무언가를 선택해야 하는 일상을 사는 그이기에 점심만큼은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몰라 갈등하는 ‘햄릿 증후군’을 피하고 싶어서다.
노후준비를 할 때도 그의 갈등은 계속됐다. 연금만 해도 가입단계부터 선택의 연속이었다. 여러 종류의 연금 가운데 어떤 것을 선택해야 적절한 분산투자가 가능할지 고민이었다. H씨처럼 어떻게 해야 현명한 연금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 세 가지 질문을 떠올려보자.
첫째 질문은 ‘3층 연금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으려면 은퇴 후 필요생활비부터 계산해봐야 한다. 근로자인 H씨는 1층 국민연금과 2층 퇴직연금에 가입돼있다. 만약 1·2층 연금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3층인 개인연금도 포트폴리오에 넣어야 한다.
둘째, 개인연금은 어떤 기준으로 선택할 것인지 스스로 질문해봐야 한다. 개인연금은 연금저축과 연금보험으로 나뉘는데, 연금저축은 보험료를 내는 현재, 연금보험은 향후 연금을 수령할 때 세금을 절약할 수 있다.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를 받고 싶다면 연금저축, 연금을 받는 노후에 세금 부담을 줄이고 싶다면 연금보험을 선택하자. 단 연금저축과 연금보험은 관련 세법을 충족해야만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셋째, 개인연금에 가입할 때는 원리금 보장형 상품과 금융시장 실적에 따라 내가 받는 연금액이 바뀌는 실적배당형 상품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 저금리 기조에서는 예금보다는 약간의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실적배당형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 대표적인 실적배당형 연금으로는 선택한 펀드의 수익률에 따라 연금 수령액이 달라지는 변액연금이 있다. 단 변액연금은 수익률에 따른 이익과 손실이 고객에게 귀속될 수 있고, 펀드 운용 실적에 따라 해지환급금 등이 변할 수 있다.
변액연금에 가입할 때는 어떤 펀드를 선택할지도 결정해야 한다. 선택한 펀드는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1년에 12번까지 수수료 없이도 변경 가능하다. 스스로 펀드 변경 여부를 결정하기 어렵다면, 전문가가 주식비중을 조절해주는 ‘자산배분형’ 펀드가 더 편리할 수도 있다.
조윤수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수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