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전방위 대출규제에...웃는 은행들

규제 맞춰 금리 올려 수익성 호전

"저금리 혜택 금융사 독식" 지적

정부의 전방위 대출규제 영향으로 시중금리가 기준금리와 역행하면서 은행들이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 대출성장 목표치를 이미 달성한 상황에서 대출규제에 맞춰 금리를 올리면서 수익성은 더욱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주택공급 억제나 투기수요 차단 대책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수요억제책으로 은행 문턱(금리)만 높이는 사이 저금리 혜택을 금융기관들이 독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의 집단대출 규제가 본격화하면서 일부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집단대출 수익률이 250bp(가산금리 2.5%) 수준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3~4년 전과 비교하면 3~4배에 달하는 수익률이다. 시중은행 조달금리 측정의 지표가 되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지난 9월 기준 1.35%에 불과하지만 은행 집단대출 금리는 3.5~4% 수준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신용대출 등으로 대출규제 확대를 예고하면서 은행들이 일제히 신용대출 금리를 높일 채비를 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신한은행·KEB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의 신용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 금리는 최근 두 달 동안만 크게는 20bp가량 올랐다. 정부가 가계부채를 잡겠다고 은행들을 대상으로 신용대출 심사 강화를 주문하면서 은행들은 이를 명분 삼아 신용대출 금리를 연말까지 더욱 높일 계획이다. 여기에다 은행들은 올해 정부가 할당한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목표치(40%)를 채우자 주담대 금리 역시 슬금슬금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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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인 상황이 변하지 않는 가운데 정부의 대출규제로 시중금리만 오르면서 ‘저금리의 단물’이 은행 수익으로 모두 흡수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가계부채를 줄이겠다고 보금자리론까지 축소하면서 저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출창구를 줄여버린 가운데 은행 금리가 기준금리와 역주행하면서 대출 수요자들의 시름만 깊어지고 있다.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하듯 은행들은 초유의 저금리 속에서도 올해 잇따라 ‘어닝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을 내놓고 있다. 하나금융은 이날 3·4분기 당기순이익이 4,501억원으로 2012년 1·4분기 이후 분기 기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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