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갤럭시노트7 사태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 등으로 4·4분기 우리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지난 2008년 4·4분기 이후 8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데 대해 정부가 반박하고 나섰다. 부동산 열기로 건설투자 증가세가 워낙 공고한데다 자동차 업계 파업도 일단락되면서 주춤했던 산업생산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에 따른 내수 충격도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21일 경제부처의 한 고위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카드 사용 내역을 보면 법인은 줄었지만 개인에서 소폭 늘어나 당초 우려했던 것만큼 민간소비 위축이 크지 않았다”며 “4·4분기에 마이너스 성장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난달 말 이후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파동, 자동차 업계 파업 등 악재가 잇따라 터지면서 우리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에 직면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곳곳에서 나왔다. 특히 한국경제연구원은 지금껏 성장세를 뒷받침했던 건설투자가 뒷걸음질하면서 4·4분기 우리 경제가 0.4% 역성장할 것이라는 충격적인 전망치를 내놓았다. 우리 경제가 가장 최근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던 때는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지면서 글로벌 경제가 고꾸라졌던 2008년 4·4분기다. 당시 분기별 성장률은 -3.3%였다. 카드 사태의 후유증이 컸던 2003년 1·4분기(-0.7%), 2000년 4·4분기(-0.7%)에도 일시적 충격으로 역성장했다.
정책당국과 한국은행의 판단은 건설경기의 활황이 다른 부문의 부진을 메워 당초 예상했던 성장경로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이 발표하는 국민계정을 통해 역산해봐도 그런 결과가 나온다. 우리 경제가 4·4분기에 0% 성장을 한다고 가정하면 3·4분기에 0.7%만 성장해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인 2.7%를 달성할 수 있다.
오는 25일 발표되는 3·4분기 성장률은 기관에 따라 전망치가 다르지만 0.7%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지금까지 나온 지표들만 봐도 3·4분기에 전기 대비 0.7% 성장은 무난해 보인다”고 말했다. 3·4분기 성장률이 0.7%이면 4·4분기는 0%, 즉 제자리걸음이어도 2.7% 성장을 기록한다. 한은의 한 관계자도 “4·4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하지 않는 이상 올해 2.7% 성장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우리 경제의 국내총생산(GDP)은 1,464조2,000억원(원계열 실질 기준)이다. 올해 GDP가 2.7% 성장한다면 1,503조7,000억원이 된다. 계절조정 실질 기준 GDP는 1·4분기 372조4,000억원(전기 대비 0.5%), 2·4분기에는 375조3,000억원(0.8%)을 기록했다. 3·4분기에 0.8% 성장하면 연 2.7% 성장률을 위해서는 4·4분기 -0.2% 성장률을 기록해도 된다. 3·4분기 성적표가 0.9%라면 4·4분기에는 -0.4%라도 연간 2.7%가 나온다.
3·4분기 성장률이 0.7%보다 높고 4·4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피한다면 올해 성장률은 2.8% 이상으로 높아진다. 김 연구부장은 “건설투자 증가세 등으로 4·4분기 성장률이 0%대 초반만 나온다면 정부 목표치인 2.8% 성장도 가능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