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미 외교 핵심 인사들과 과거 대북 협상을 이끌었던 미국의 북핵 전문가들이 말레이시아에서 극비 회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의 잇따른 도발 위협으로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고 미국 일각에서는 선제타격론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북미 인사가 비밀리에 접촉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관련기사 6면
21일 KBS 보도에 따르면 한성렬 북한 외무성 부상은 말레이시아의 수도인 쿠알라룸푸르의 한 호텔에서 미국의 북핵 협상 전문가들과 극비 접촉했다.
미국에서는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북핵 특사와 조지프 디트라니 전 미국 국가정보국(DNI) 비확산센터 소장이 자리했다. 이들은 민간 인사이지만 과거 대북 협상을 진두지휘했던 인사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갈루치 전 특사의 경우 지난 1994년 1차 북핵 위기 당시 북미 제네바합의의 주역이었으며 디트라니 전 소장은 6자회담 차석대표를 지냈다.
북한에서는 장일훈 유엔주재 차석대사도 참석, 이날 회동은 2대2로 진행됐다. 북한의 대미 실무외교 최고 당국자들이 미국 측 인사를 만나기 위해 말레이시아로 온 것이다. 오전10시부터 시작된 이날 회동은 점심식사 뒤 오후까지 이어졌다.
한상렬 부상은 미국과의 협상의제를 묻는 질문에 “관심사되는 문제들에 대해 서로 의견 교환을 하는 것”이라고 말해 북핵 문제가 논의될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최근 ‘함경북도 지역의 수해 지원 문제에 대해 논의하느냐’는 질문에는 “수해문제는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갈루치 전 특사는 회동 성격을 묻는 질문에 “다른 대표가 이야기할 것”이라고 짧게 말했다. 디트라니 전 소장은 “이제 막 대화를 시작했을 뿐”이라며 “말하기 어렵다”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