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마라톤 경영

이순우 저축은행중앙회장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선선한 가을이 되면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는 운동이 있다. 바로 마라톤이다. 인내와 끈기로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하는 마라톤은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강화할 수 있는 운동 중 하나다. 필자 역시 예전부터 마라톤에 관심이 많아 언젠가 한 번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봐야겠다 생각을 하던 중 지난 2011년 시각장애인 레이스 도우미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할 기회가 생겼다. 비록 10㎞의 코스였지만 서로의 손을 잡고 결승점을 통과할 때의 그 성취감은 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 후로도 매년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비록 짧은 코스이지만 서로 함께하며 완주의 기쁨을 느끼고 있다. 이렇게 마라톤을 좋아해서인지 때로는 지금의 저축은행을 마라톤에 비유해서 이야기하기도 한다.

우선 기초체력이다. 마라톤에서 결승점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42.195㎞를 쉼 없이 달릴 수 있는 충분한 기초체력이 필요하다. 저축은행에 있어 기초체력은 바로 영업망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저축은행은 시중은행에 비해 적은 점포망과 지역주의 원칙에 따른 영업구역 제한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비대면 계좌 개설서비스 출시를 통해 그러한 핸디캡을 극복하며 전국적으로 고객 접점을 확대해나가며 기초체력을 배양하고 있다.


그다음은 코스에 따른 적응력과 순발력이다. 결승점을 향해 달려가다 보면 수많은 난관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은 연습 과정에서 축적된 적응력과 상황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순발력이다. 저축은행 역시 꾸준한 영업실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영업활동과 순발력 있는 영업환경 대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저축은행은 최근 금융 사각지대에 놓인 중신용자를 위한 ‘사잇돌2’ 대출상품을 비롯해 시중은행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금융권 최초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예·적금 출시 등 다양한 맞춤형 상품을 출시하며 영업망을 확장하고 있다. 또 금융당국에서 부수 업무로 허용한 골드바 판매, 할부금융, 펀드판매 등 다양한 수익원 발굴을 통해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발맞출 수 있도록 힘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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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자신과의 싸움이다. 마라톤은 순간순간 멈추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고 목표지점까지 달려가는 자기 인내의 운동이다. 저축은행은 과거 부실사태로 잃어버린 고객의 신뢰를 아직 온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한순간 삐끗해도 뒤처질 정도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금융 산업에서 이는 치명적인 약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저축은행 임직원 모두가 포기하지 않고 고객들의 시선을 바꾸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1사1교’ 금융교육을 통해 지역 금융기관으로서 이미지 쇄신은 물론 설립 검토 중인 ‘서민금융씽크탱크’를 통해 서민금융을 연구하고 전문성을 높여 진정한 서민금융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연초에 저축은행 업계 임직원 100여명과 축령산을 함께 오르며 등산처럼 서로 등을 밀어주는 협력과 소통을 통해 ‘등고자비(登高自卑)’하는 마음으로 한 걸음씩 고객에게 다가가자고 굳게 다짐했다. 아직 결승점까지는 꽤 많이 남아 있지만 꾸준히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다 보면 진정한 서민금융의 파트너이자, 고객에게 신뢰받는 저축은행이라는 결승점을 통과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순우 저축은행중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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