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野, 국민연금도 모자라 건보기금까지 손대려 하나

내년 대선을 앞두고 복지 공약이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육아휴직이나 출산휴가를 가는 직장인의 소득 보장을 위해 ‘부모보험’의 내용을 담은 법안을 다음달 발의할 예정이다. 고용주와 근로자가 월급의 약 0.5%를 각자 부담해 보험금을 구성한 뒤 대상자들에게 소득의 최고 80%를 지급한다는 게 골자다. 새누리당과 정부도 지난해 당정협의에서 비슷한 정책을 검토하기로 한 바 있다. 스웨덴에서는 46년 전부터 실시해왔는데 우리라고 못할 게 뭐냐는 게 정치인들의 인식인 듯하다.


말은 그럴듯하지만 재원이 문제다. 민주당은 관련 보험금이 충분히 쌓이기 전까지 건강보험기금을 꺼내 쓴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불의의 사고나 질병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하기 위해 국민과 기업이 낸 돈에 국고보조로 쌓은 보험금을 선거용으로 쓰겠다는 의미다. 임대주택 등 공공투자에 국민연금을 활용하겠다는 발상과 판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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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기금이 20조원이나 있으니 활용하는 것이 무슨 문제냐는 게 야당의 시각이지만 이는 현실을 모르는 얘기다. 건보기금은 급격한 고령화와 보장성 강화, 만성질환 급증 등으로 보험금 지급이 늘어나 2020년에는 적자 전환하고 2025년에는 고갈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 상태다. 기금이 흑자인 것도 보험료 수입이 지출보다 많아서가 아니라 올해만도 약 7조원에 달하는 국민 혈세가 투입됐기 때문이다. 야당이 이런 현실을 아는지 궁금하다.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나가는 게 아니라고 아무 돈이나 끌어들여서는 안 된다. 국민연금과 건보기금 모두 국민이 노후와 만약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텅 빈 지갑을 탈탈 털어 모은 자금이다. 야당이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돈이 아니다. 정 복지를 늘리고 싶으면 증세로 재원을 마련하는 게 정도다. 표 잃을까, 욕 먹을까 두려워 세수확대에 나서기를 포기한다면 복지 얘기는 아예 꺼내지도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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