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박 대통령이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개헌을 언급하자 곳곳에 모여 TV로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놀라움과 함께 한숨을 내쉬었다. 이들은 먹고사는 문제가 산적해 있는 지금 상황에서 굳이 개헌이 필요하는지에 대한 물음표를 던지기도 했다.
이날 대통령의 연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다는 직장인 이호준(47·가명)씨는 “살인적인 집값 급등과 취업난 등 먹고사는 문제가 급해 개헌 같은 것은 생각해볼 겨를이 없었다”며 “서민들을 위한 민생대책이 나올 줄 알았는데 느닷없이 개헌카드가 나와서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내용 없이 던져진 개헌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대학원생 윤형준(29·가명)씨는 “개헌을 어떻게 한다는 건지 내용은 없고 무조건 개헌을 하겠다는 이야기만 있었던 것 같다”며 “개헌을 이야기하려면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 정도는 제시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꼬집었다. 또 다른 직장인 강수호(36·가명)씨는 “평소 우리나라 정치를 바꾸기 위해서는 개헌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시점이 지금이라는 점은 좀 놀랍다”고 말했다. 일부는 정치적 무관심으로 일관하기도 했다. 직장인 이주형(36·가명) 씨는 “어차피 정치인들끼리 티격태격하다 결정할 일 아니냐”며 “괜히 내용을 들여다보고 스트레스받기보다는 나 하던 일이나 열심히 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보수와 진보 진영 논리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였다. 바른사회시민회의 등 보수진영에서는 “개헌은 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참여연대 등 진보진영에서는 “우병우 수석과 최순실 사태로 표면화된 레임덕을 타개하기 위한 국면 전환용”이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취지나 시기 역시 적절하다”며 “개헌 내용이 특정 정치세력의 입장만 반영되지 않게 정부와 입법기관·일반시민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방향과 내용을 논의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반면 박근형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졸속으로 발표돼 개헌의 이유와 내용이 없다”며 “레임덕에 빠진 현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만 든다”고 말했다.
학자들은 대체로 개헌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정치권이 민생을 도외시한 채 개헌논의에 매몰 되는 것을 우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더 나은 민주주의를 위해 필요하다면 개헌을 해야 한다”며 “단 개헌이 현재 논란이 되는 사안들을 무마시키는 ‘정치적 블랙홀’이 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재황 성균관대 교수도 “원칙적으로는 개헌에 찬성한다”면서도 “헌법 개정이 성공하려면 협력정치가 전제돼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양사록·박우인·이두형기자 sar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