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Science & Market] 글로벌 스탠더드 선점, 미래 준비해야

백수현 한국표준협회장

인더스트리 4.0 불가피한 대세

교육 통해 국내 저변 확대하고

범정부적 '조정 리더십' 발휘 등

국제표준 주도 위한 역량 키워야

표준협회장표준협회장




지난 9월과 10월 중국 베이징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는 한 해의 표준 정책과 동향을 공유하고 전문가들이 정보를 교류하는 자리가 열렸다. 이는 국제표준화기구(ISO)와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총회로 두 기관은 국제전기통신연합(ITU)과 함께 세계 3대 공적 표준화 기구에 속한다. ISO는 광범위한 제품 및 서비스 분야에서 표준을 개발하고 IEC는 전기 및 전자 기술 분야에 특화해 표준을 개발하는 국제기구로 각 분야에서 태평양지역표준회의(PASC), 유럽표준화기구(CEN) 등의 지역 표준화 기구와 미국재료시험학회(ASTM), 미국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 등 사실상의 표준화 단체들과 공공 또는 자국과 소속기관의 이익을 위해 상호 협력하고 있다.

올 ISO·IEC 총회를 통해 우리가 맞을 변화는 세 가지로 꼽아볼 수 있다. 첫째 중국의 표준 강국 부상이다. 중국은 올해 ISO 총회를 베이징에서 개최한 데 이어 오는 2019년 IEC 총회를 상하이에서 열기로 해 표준 강국으로의 이미지 구축을 꾀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는 최근 ISO·IEC에서 기술관리이사회(TMB), 표준화관리이사회(SMB), 적합성평가이사회(CAB) 등의 임원을 꾸준히 맡고 있으나 중국은 이미 상임이사국이면서 ISO 회장, IEC 부회장 등의 요직을 배출했고 차차기 IEC 회장 수임을 노리고 있다. 분야별 전문가들이 참여해 표준을 제안하고 개발하는 ISO 위원회(TC·PC·SC) 간사, 컨비너 수임 수를 비교해봐도 한국의 127건에 비해 중국은 195개로 우위에 있으면서도 막강한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수임 수를 높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둘째, 강대국 주도 속 협업 및 경쟁의 강화다. ISO는 현재 총 162개 회원국, IEC는 총 83개 회원국이 가입돼 있으나 미국·독일·영국·프랑스·일본·중국 등 강대국들이 상임이사국을 형성해 국제표준 무대를 주도하고 있다. 2016년 ISO 국가분담금의 경우 상임이사국의 평균은 약 18억6,000만원으로 우리나라(6억여원)의 3배, IEC 국가분담금의 경우 상임이사국 평균은 10억원에 달해 우리나라(1억3,000만원)의 6배를 넘어선다. 강대국들은 이러한 물리적·제도적 주도권을 바탕으로 자국의 이익을 위한 국제표준화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한편 ISO와 IEC는 ISO TMB와 IEC SMB의 교류로 상호 이익이 되는 정책 개발을 위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기술 분야에서는 ISO·IEC JTC 1의 왕성한 활동이 대표적인 협업 사례라고 할 수 있다. 3월에 열린 ISO-IEC 워크숍, 7월 ISO-IEC-ITU 스마트시티 포럼 등에서 기구 간 협력을 도모했다. 우리나라가 주도해온 웨어러블 디바이스 글로벌 시장은 2014년까지 700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는 TC 설립을 2014년부터 추진해 강대국들과 때로는 경쟁을, 때로는 협력을 통해 이번 IEC 총회 SMB 회의에서 신규 TC 설립을 승인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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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파괴적 기술(Disruptive Technology)의 시의적절한 발굴이다. 독일은 ‘인더스트리 4.0’ 주도국답게 이번 IEC 총회에서 인더스트리 4.0 로드맵 3차안을 한국 측에 제공하는 등 이 분야에 대한 상호 협력 가능성을 높였다. 또 IEC 산하 시장전략이사회에서는 ‘미래의 공장’, 사물인터넷(IoT) 등의 미래 기술 트렌드 및 시장 동향을 분석한 10종의 백서를 발간, 공개했다. 한편 지난해 10월 이곳에서 열린 회의에서 우리나라 주도로 표준화와 파괴적 기술의 관계를 연구하는 특별 작업반을 결성해 연구 결과를 이번 총회에서 발표했다. 파괴적 기술에 대한 신규 대응 그룹을 만들자는 결론을 맺지는 못했지만 의미 있는 연구로 인정받아 ISO-IEC-ITU 공동 워크숍 개최를 계획하는 성과를 거뒀다.

인더스트리 4.0은 이 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이자 브랜드가 됐다. 독일·미국 등 표준·기술 선진국이 주도하는 시대적 흐름에 우리는 그저 소극적 추종자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 표준을 알면 미래 산업이 보이고 표준이 채택되면 미래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먼저 우리가 잘하고 있는 초등학생 대상의 ‘생활 속 표준 교육’, 중·고교생 대상의 국제적 행사로 호평을 받는 ‘국제표준 올림피아드’ ‘대학 표준화 교양강좌’ 등 미래 세대를 위한 표준의 저변을 공고히 하면서 신기술 표준 분야에서 국제표준 전문가를 육성해야 한다. 2015년 7월 정부는 ‘범부처 참여형 국가표준 운영체계’ 도입으로 산업표준 업무를 7개 부처로 이관했다. 이해관계자 간 조정 리더십이 발휘돼 효율의 극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표준 거버넌스 연구 또한 활발해져야 할 때다. 2018년에는 대한민국 부산에서 IEC 총회를 개최한다. 강대국들의 글로벌 표준화 경쟁과 파괴적 혁신 사이에서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해야 할 때다.

백수현 한국표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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