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고 익숙한 길’을 좇는 사고방식은 개인이나 국가 차원에서도 낯설지 않다. 우리는 아버지 세대와 선배들이 이뤄낸 성공의 궤적을 따르려 늘 노력해왔고 지금까지는 그러한 접근방식이 크게 틀리지도 않았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회사에 들어가고 또 열심히 일하다 보면 어느 정도는 예측 가능한 성공이 보장됐다. 지금까지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모델 역시 그 전형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덕분에 우리 경제 역시 누구보다 빠른 시간 안에 선진 경제의 반열에 들어섰다. 불과 반세기 남짓 전 잿더미에서 출발한 우리에게 이 전략은 효율성 면에서 다분히 탁월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따라갈 ‘약속된 길’이 여전히 존재할까. 감히 말하건대 익숙한 그 길은 결코 또 다른 성공으로 우리를 안내하지 않을 것이다. 어제와 같은 방법, 지난 세대의 공식으로는 성공은커녕 현상 유지도 어렵게 됐다. 비단 빨리 변하는 세상의 속도 때문만이 아니다. 이제 대한민국에는 더는 따라잡을 선두주자도 마땅치 않다. 우리에 앞서 먼저 길을 열어왔던 선진국들은 이제 우리와 같은 선상에 서 있는 경쟁 상대다. 그들을 따라 해서는 영원히 아류로 머물 수밖에 없다.
위대한 성취를 원하는 당신과 대한민국에 필자는 익숙한 길을 버리고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라 권하고자 한다. 역사의 변곡점에서 물길을 바꿔 온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새로운 비전을 꿈꾸며 남과 다른 길을 걸었다. 그리스에 만족하지 않고 동방으로 향했던 알렉산더는 헬레니즘 문화를 일궈냈으며 교황의 절대 권위에 외로이 저항했던 루터와 갈릴레오는 결국 종교와 과학이 거듭나는 기반을 닦았다. 국가 역시 마찬가지다. 옳고 그름을 떠나 식민지 경영이라는 큰 꿈을 통해 거대한 제국을 이룬 로마와 영국에서부터 상업이라는 특이한 무기를 갖고 르네상스의 주역이 됐던 이탈리아의 도시 국가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강대국은 동시대의 경쟁국과는 다른 길을 개척해나갔고 자신의 방법에 안주하는 순간 내리막을 걸었다.
일상에서도 초행길에는 긴장을 늦추지 않게 된다. 하물며 인생길에서, 나아가 조직과 국가가 걸어가야만 하는 그러한 모험길 앞에서는 더 많은 고민과 성찰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고민과 성찰이라는 에너지야말로 나를, 우리를, 그리고 국가를 이끄는 동인(動因)이어야 한다. “길이 이끄는 곳으로 가지 말고 길이 없는 곳에 가서 흔적을 남겨라.” 1800년대의 대표적 사상가인 에머슨의 말이다. 남과 다른 길을 택하는 모험이야말로 홀로서기의 시작점이라 주창한 그의 통찰은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하다. 명목장담(明目張膽). 눈을 크게 뜨고, 두려움을 이기는 담력을 가슴에 품고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자.
정재희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