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1학년 때 성적이 낙제 수준이었지만 발명가의 꿈을 키웠다. 꿈은 공부 흥미를 북돋아 광운대에 이어 KAIST 석사·박사까지 마치는 원동력이 됐고 자신의 이름으로 출원한 300여건의 특허는 결실이 됐다. ‘KAIST 출신 발명왕’에서 이제 자신은 물론 다른 창업자의 발명을 돕는 조력자로 역할 변신한 황성재(34·사진) 퓨처플레이 공동설립자는 발명이 창업의 도구라고 말한다.
그는 최근 경기 수원 영통구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에서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이 주관한 창업아이디어공모전 강연에서 “스타트업은 사회의 작은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데에서 성공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발명담당책임자(CCO)로 몸담은 벤처캐피털 퓨처플레이는 창업한 지 3년밖에 안 됐지만 현재 가능성을 보고 발굴·투자한 곳만 40여개에 달한다. 그는 “요새도 투자를 원하는 창업자들을 하루에 많게는 수십 명씩 보는데 그 가운데에는 나이 20대 초반에 추정 회사가치만 300억~500억원에 달하는 벤처도 있다”며 “처음에는 소소한 아이디어로 문제에 접근하다 나중에는 매우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시도였음을 알게 된다”고 설명했다.
황 CCO도 KAIST 재학 시절 한 손가락으로 휴대폰 화면을 확대·축소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중소기업에 이전해 수억 원의 로열티를 받았다. 평소 연필을 돌리던 버릇에서 착안해 자석 펜으로 스마트폰에 글과 그림을 입력할 수 있는 ‘매그펜’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 같은 기술특허 매각만 줄잡아 30건이 넘는다.
그는 “기업공개(IPO)를 거쳐 덩치를 크게 키우거나 다른 곳에 기술이전하거나 인수합병(M&A)되는 것이 모두 스타트업의 출구전략”이라며 “다만 개인적으로는 기술이전으로 매듭을 짓고 다시 또 다른 문제 해결에 나서는 것이 창업자 개인이나 국가적으로도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퓨처플레이가 투자한 국내 스타트업 포도(Podo)랩스는 천장, 자동차 창 등 어디에나 붙일 수 있고 스마트폰과 연결 가능한 초소형 카메라 ‘포도’를 개발했다. 퓨처플레이는 물론 케이큐브벤처스 등의 투자를 받은 비트파인더는 노범준 대표가 미 실리콘밸리에 세운 스타트업으로 실내 공기 질 측정기인 어웨어(awair)를 내놓았다. 사업 초기 공기청정기와 비슷하다는 투자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세계 시장에서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그는 “발명에 따른 특허가 투자 기업과 시장을 만나 더욱 큰 성과로 나타난다”며 “아이디어를 수익화할 수 있는 노하우가 결합해 서비스·제품을 만들어낸다면 가치가 수백 배 커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창의의 시각과 시장의 시각은 엄연히 다르다는 것은 황 CCO가 경험으로 터득한 결과다. 그는 “투자자 위치에 서고 보니 기발한 아이디어라도 소비자 요구에 맞는지 시장의 관점에서 바라보게 된다”며 “투자는 창의-시장의 중간 영역을 찾는 게임”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성을 높이려면 창업자는 다른 스타트업의 기술 매입이나 공동창업도 마다해서는 안 된다. 그는 “세상에 완벽히 새로운 기술은 없다는 관점에서 필요하다면 남의 기술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다만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창업인, 엔지니어로서의 자긍심을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