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운데를 비집고 들어온 비주류영화 ‘혼숨’이 눈길을 끈다.
26일(수) ‘닥터 스트레인지’가 43만4970명(이하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럭키’가 18만22명을 동원한데 비해 ‘혼숨’의 3만2831명 오프닝 스코어는 자칫 초라해 보인다. 그러나 한주 전 개봉한 ‘인페르노’(2만46명)보다 적은 상영회차에도 불구하고 1.5배가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무시할 수 없는 영화임을 확실히 알렸다.
‘혼숨’은 공포를 표방하지만 무서움보다는 재미가 먼저인 작품이다. 귀신을 쫓는 아프리카TV BJ가 실제 귀신을 추적하고 만나게 되는 과정을 마치 현장에서 보는 듯한 느낌은 이들이 끊임없이 나불대는 것과 같이 ‘레전드’라고 말해도 손색없다.
아프리카TV의 생명은 현장감이다. 시청자와의 직접적인 소통으로 즉각적인 반응을 확인하며 콘텐츠를 개발하고, 방송 중에도 수정하는 BJ의 순발력이 폐가·귀신과 만나면서 재미와 공포의 시너지효과는 극대화된다.
원맨쇼에 가까운 류덕환의 활약은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이라는 말처럼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재미를 준다. 별풍선 1000개가 넘으면 일종의 쇼를 보여주거나, 살인 현장에서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장난을 치는 모습은 당장 BJ로 나서도 손색없을 만큼 완벽하다.
맺고 끊는 지점도 확실하다. 관객이 원하는 만큼의 재미, 원하는 만큼의 공포를 넘어서려 하는 순간마다 “여기까지 방종 딱”하면서 흐름을 끊어버린다. 초반에는 당혹스러울 수 있으나 흐름이 이어질수록 관객은 실제 시청자가 된 듯 몰입하게 된다.
작품은 초반까지 공포방송을 진행하는 BJ야광(류덕환)과 박PD(조복래)가 괴기스런 사건현장을 무서워하지 않고 ‘가봐야 아무 일 없다’고 증명하면서 긴장을 낮춘다. 이는 본 사건인 ‘혼숨’ 현장에서도 마찬가지. 사건 발생장소인 A+ 독서실의 비밀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여러 인물이 말리지만, 여전히 이들은 모든 말을 무시하고 별풍선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레전드 방송만을 꿈꾼다.
독서실 안에서 벌어진 사건은 추적할수록 흥미롭다. 죽은 사람의 영혼을 불러내 숨바꼭질하는 ‘혼숨’ 과정에서 태워 없애버렸어야 할 인형이 사라지고, 이후 사람들이 죽어나가며 건물이 폐쇄되는 동안 정작 당사자인 여고생은 종적을 감춰버렸다.
1500만원어치의 별풍선을 모두 투자한 레전드 방송은 그때부터 재미를 놓고 공포로 돌아선다. 독서실에 고정된 카메라와 류덕환의 얼굴을 비추는 카메라가 시점을 교차하며 비상식적인 상황들을 쫓고, 결국 공포의 진실과 마주했을 때 관객들이 이를 영화가 아닌 실시간으로 보고 있다는 착각이 들게 한다. 잠깐의 공포는 그래서 더 강렬하다.
BJ를 다룬 작품은 이전에도 ‘소셜포비아’가 주목받은 바 있으나 이는 사건을 추적해가는 과정에 ‘실시간’이라는 옷을 입혔을 뿐, 창의적인 장르를 개척했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이 소재가 공포로 옮겨졌을 때, BJ의 캐릭터가 현실의 인물과 유사했을 때 나타나는 시너지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혼숨’은 별풍선 하나에 울고웃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BJ의 매력, 그와 함께 실시간으로 폐가를 탐험한다는 긴장감, BJ가 공포의 대상과 마주했을 때 함께 소리 지르는 생생한 현실감까지 독특한 재미와 긴장을 유발하는데 성공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공포와 BJ라는 소재가 마니아틱해 보이는건 사실이지만 막상 객석에 앉으면 “웰컴 투 야광월드”를 외치는 류덕환에게 어떻게 휴대폰으로라도 별풍선 몇 개는 쏴주고 싶은 충동에 휘말릴지 모른다. ‘여기까지, 방종 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