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나는 두 배우의 조합이 낯설다고? 공효진은 말했다. “여배우와 케미가 대단하다는걸 다시 보여드리겠다. 그건 확인된 바”라고. 관객은 우려 대신 확신을 갖고 극장을 찾아도 될 듯 하다.
27일(목) 오전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영화 ‘미씽’의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이언희 감독과 배우 엄지원, 공효진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배우 공효진이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오훈 기자‘미씽’은 이혼 후 홀로 생계를 책임지던 워킹맘 지선(엄지원)의 아이를 중국인 보모 한매(공효진)이 데리고 사라진 뒤, 5일간 그녀를 뒤쫓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이 과정에서 지선은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 가족과 경찰, 주변 사람들의 이상한 증언으로 혼란에 빠지게 되고 결국 한매의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는 진실과 마주한다.
한매는 하나부터 열까지 믿을 수 없는 인물이다. 공효진은 “이름부터 모든게 거짓이다. 한국에 온지 몇 년 된 중국인으로, 만족스럽지 않은 한국어를 구사한다. 말 못할 사정이 많은 여자”라고 설명했다.
중국인으로 변신하는 고정은 험난했다. 공효진은 “그냥 ‘난 중국인입니다’ 할 수는 없는 법이다. 더운 여름이었는데도 긴 가발을 붙이고, 자연스러운 척박함을 보여주기 위해 속눈썹 연장술과 얼굴에 30개의 점을 찍었다”고 말했다. 이를 본 엄지원은 “이런 모습을 보며 참 좋은 배우라고 생각했다. 외모 대신 캐릭터에 집중할 수 있다는게 대단했다”고 추켜세웠다.
시나리오를 받고는 잠시 고민하기도 했다. 공효진은 “교통사고 직후라 몸을 과하게 움직이는 연기가 고민스러웠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본 이후 며칠동안 씁쓸함이 지속됐다”며 “내가 연기해 사람들이 시나리오를 봤을 때의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역할이 주는 아련한 여운이 길어 각본대로 영화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우들과 감독이 공통으로 손꼽은 고민은 단연 ‘여자’였다. 공효진은 “어떤 스태프들은 ‘미씽’을 두고 ‘엄마영화’라고 말하는데 우리들은 ‘여자영화’라고 생각한다. 아기를 낳고 길러본적 없는 감독과 두 여배우 입장에서 처녀들도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지금까지의 작품 중 회의, 상담, 고민을 가장 많이 했다”고 말했다.
배우 엄지원과 공효진이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 제작보고회에 참석해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사진=오훈 기자엄지원과는 맞붙는 신이 처음과 마지막밖에 없기에 조금은 서먹할 만도 하지만 두 배우는 방을 같이 쓰며 밤늦은 시간까지 작품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등 자매같은 우애를 보였다고. 공효진은 “지방촬영에서는 방을 같이 썼는데 피곤함에도 늦게까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며 “방 안에서 요가도 함께하고, 화장품이나 몸에 좋은 제품을 함께 나누는 등 즐거운 시간을 함께했다”고 말했다.
가장 부담이 된 부분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감정변화와 언어문제였다. 공효진은 “지선의 경우 5일간 감정이 점점 극으로 치닫는데 반해 한매는 ‘몇년전, 한달전, 일주일 전’ 등 시제가 다르게 설정돼 있다”며 “극적으로 다른 상황들을 설명해야 했고, 한매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과거의 이야기를 감정으로 전달할지 스릴러로 전달할지 고민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인으로 등장하는 만큼 중국어를 익히는 것도 어려웠지만, 그보다 어려운 것이 우리말을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며 “한국어를 전혀 못할 때, 어느정도 하게 됐을 때 등 시간대별로 차이를 둬야 했기에 이 레벨 조절이 상당히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드라마 ‘질투의 화신’을 통해 여전한 로코퀸의 명성에 스크래치가 나지는 않을까 조심스러워하는 질문도 있었다. 그는 “공불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수식어라고 생각한다. 배우로 오래 일해왔기 때문에 갑자기 이 이미지가 사라질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며 “스크래치 나면 그게 더 영광 아니냐, 그만큼 잘한거니까”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언희 감독을 비롯해 배우 엄지원과 공효진(좌측부터)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열린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사진=오훈 기자드라마에서 커플로 등장하는 조정석과는 비슷한 시기에 영화로 맞붙는다. 공효진은 “‘형’은 물론 좋은 영화들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 영화는 ‘사라진 여자’라는 부제처럼 반전에 반전이 거듭돼 놀라운 결말에 이르는 작품이다. 보기 힘들고 괴롭지는 않다”며 “걱정하지 말고 엄마들이 보러 오셔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조정석이 잠도 못자고 촬영하는데도 불구하고 열정적으로 홍보하고 있다고 들었다. 걱정되긴 하는데 장르가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관객층이 있다고 본다”며 “가을에 어울리는 작품은 ‘미씽’, ‘형’은 조금 여름 느낌이다. 다시 말해 일교차가 심한 만큼 낮에는 ‘형’ 보시고, 추운 밤에는 ‘미씽’을 봐달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한편 ‘소원’에서 절정의 감정연기로 눈길을 끌었던 엄지원과 ‘공블리’ 공효진의 변신으로 눈길을 끌고 있는 영화 ‘미씽’은 11월 개봉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