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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3일’ 광주 1913송정역시장 72시간, ‘고로케삼촌’·‘계란밥’·‘매일닭집’

‘다큐3일’ 광주 1913송정역시장 72시간, ‘고로케삼촌’·‘계란밥’·‘매일닭집’‘다큐3일’ 광주 1913송정역시장 72시간, ‘고로케삼촌’·‘계란밥’·‘매일닭집’




30일 방송된 KBS2 ‘다큐멘터리 3일’에서는 ‘백 살, 다시 청춘!- 광주 1913송정역시장 72시간’편이 전파를 탔다.


화려한 조명,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아이디어 먹거리들, 가족과 연인, 젊은이들의 발길이 거리를 메우는 이곳. 올해로 103세의 나이를 맞이한 광주 1913송정역시장의 현재 모습이다.

1913년 처음 개장한 이래 한때는 지역의 물류의 중심지로 호황을 누렸지만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나가면서 시장의 기능을 상실하면서 존폐 기로에 몰렸던 상황. 그러나 올해 4월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젝트에 힘입어 새로운 모습으로 재개장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낡은 거리와 건물 디자인을 재정비하고 창업을 꿈꾸는 청년 상인 17팀이 비어있던 가게에 새로 입점하면서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오가는 사람조차 드문 낡고 썰렁한 거리가 이제는 하루 5000여명의 사람들이 방문하는 광주의 대표적인 명소로 자리잡았다. 또 다른 100년을 꿈꾸고 있는 광주 1913송정역시장에서의 72시간을 따라가 본다.

작은 자본에도 불구하고 열정과 아이디어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17팀의 청년 상인들. 이 시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아이디어 톡톡 넘치는 먹거리와 볼거리들은 바로 청춘들의 고집스런 열정이 만들어낸 결과다.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수제 고로케를 만들어 팔고 있는 ‘고로케삼촌’의 쌍둥이자매 황 원(언니, 35) 씨, 황 연(동생, 35) 씨. 1913송정역시장에서 가장 먼저 문을 연 제1호 청년상인가게다. 지금의 고로케가 완성되기까지 숱한 도전과 실패의 연속이 이들에게 있었다. 고로케 속 재료부터 콩고물까지 이것저것 바꿔가며 밤낮없이 연구했다는 쌍둥이자매. 고민 많던 어제를 보낸 이들에게 1913송정역시장은 단순한 일터가 아니다.

“진짜 아등바등 살면서 큰돈을 바라진 않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한 일인 것 같아요. 가게를 차리자고 했던 꿈이 드디어 이루어져서 송정역시장은 저희에게 너무나 고마운 시장이에요.“

황 연(35, 동생) / ‘고로케삼촌’ 사장

그 어떤 시장에서도 볼 수 없었던 문구점 ‘역서사소’(여기서 사세요)는 사투리 자체를 디자인으로 활용한 볼거리 담당 청년 가게다. ‘아따’, ‘내 가슴이 이렇게 뛰어분디 어째쓰까?’ 등 활자가 가득 박힌 필기구가 이미 인터넷을 통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광주 사투리도 정감 있다는 걸 소문내고자 귀여운 말들을 골라 만들었다는 ‘역서사소’의 광주 토박이 김진아(34) 씨.


직업군인 출신이었던 박강근(29) 씨는 바쁜 출근길마다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아침이 필요했다. 이 작은 생각에서 출발한 <계란밥>은 지금의 완전한 스틱형 오므라이스가 되기까지 머리를 싸매지 않은 날이 없었다. 포장지 하나도 3개월을 꼬박 밤을 새웠던 강근 씨와 동업자 김준확(29) 씨. 20대 청년 상인들이 만들어가는 시장의 미래는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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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으니까 두려움이 없는 거 같아요. 젊으니까 괜찮을 수 있는 거고 젊으니까 한 번 더 뛸 수 있는 거겠죠. 200년, 300년 이 시장을 지키는 식당이고 싶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죠.“

박강근(29) / ‘계란밥’ 사장

새벽 5시, 1913송정역시장 거리에 하나둘 아침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시장에 자리 잡은 지 47년이 됐다는 <현대식육점> 고순화(65) 씨는 새벽에 문을 여는 것만큼은 습관처럼 꼭 지키는 약속이라고 말한다.

1983년부터 같은 자리에서 닭을 튀겼다는 ‘매일닭집’ 김용금(60) 씨. 자그마치 33년의 세월을 옛 방식 그대로 생닭을 잡았다. 지금까지도 주말이면 주문이 밀려 2시간씩 기다리는 일이 다반사. 정작 ‘매일닭집’ 문을 연 이래로 김용금 씨는 마음 편히 쉬어본 적이 없다.

“손님 때문에 문을 하루도 못 닫아요. 멀리서 찾아오셨는데 문 닫혀 있으면 얼마나 실망하실 거예요, 허전하고. 그러니까 1년에 추석, 설 딱 이틀 쉬게 됐죠. 앞만 보고 살았어요, 내가 앞만 보고.“

김용금(60) / ‘매일닭집’ 사장

해가 지는 오후 7시면 모든 가게들이 문을 닫아 캄캄했었던 개조 전의 1913송정역시장. 이젠 밤 9시에도 거리 전체가 환하기만 하다. 3대째 건물을 지키고 있는 ‘둥지농협홍삼’ 김영자(60) 씨는 업종이 이 시장과 맞지 않는다고 해서 문을 일찍 닫으면 안 된다고 말한다. 이 시장이 늦은 저녁까지 모든 가게 문이 열려있는 이유는 바로 기존 상인들의 배려인 것이다.

“어떤 날은 하나도 안 팔릴 때도 있어요. 상관없어요, 기분이 좋아요. 사람도 늙고 가게도 늙는데 그냥 살던 그 자리에 젊은이가 들어오니까 시장이 살아요. 그 기로 살아났는지 우리 상인들도 같이 도와서 살게 되는 거죠.“

김영자, 60세 / ‘둥지농협홍삼’ 사장

[사진=KBS 제공]

전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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