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시각]고개 숙인 대한민국

김정곤 경제정책부 차장






불통(不通). 박근혜 대통령은 지지자들로부터 원칙과 소신의 정치인으로 불린다. 하지만 반대편에서는 불통과 고집으로 읽힌다. 박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부터 불통의 이미지를 달고 다녔다. 지나친 보안 우선주의와 주변의 예상을 깨는 깜짝 인사가 원인이었다. 이 같은 행보는 취임 후에도 계속됐다. 대국민 여론의 창구인 언론과의 소통 부족이 대표적이다. 역대 대통령들과 기자회견 횟수만 비교해봐도 차이가 드러난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중 각각 150회, 전임인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회의 기자회견을 했다. 박 대통령은 5회에 그친다.

배신(背信). 박 대통령은 지난해 6월25일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배신의 정치’라는 말을 사용했다. 새누리당 원내대표인 유승민 의원을 직접 겨냥한 발언이었다. 박 대통령은 “당선된 후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 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이 심판해주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사석에서 만난 친박 실세 정치인에게 물었다. 박 대통령에게 배신은 어떤 의미냐고. “지금의 새누리당을 누가 만들었나. 누구 덕분에 금배지를 달았는데 그러면 안 되지”라는 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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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후(背後). 박 대통령의 비선(秘線) 실세가 최순실이라는 정황 증거들이 하나둘씩 언론에 보도되면서 대한민국은 쇼크에 빠졌다. 배후에서 최씨가 국정을 좌지우지했다는 의혹들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국민들의 분노와 상실감은 동시에 커졌다. 박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한 청와대 수석과 비서관 등 참모진이 연루됐다는 믿지 못할 보도들도 나왔다.

박 대통령은 25일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국민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한국 대통령은 비밀 참모, 정실 인사, 부정 이득의 소문 등 연속극에나 나옴 직한 내용의 정치적 추문에 빠져 있다”며 “파란만장한 자신의 임기 중 가장 커다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광장(廣場). 결국 광장에 국민들이 모여들었다. 지난주 말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남녀노소 2만여명의 시민이 촛불을 들고 모였다. 촛불과 함성은 청와대를 향했다. 박 대통령은 급기야 안종범·우병우 수석과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 등 수족들을 쳐냈다.

최순실은 검찰의 포토라인에 섰다. 검찰이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 의혹을 제대로 밝혀낼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의문이다. 이제 공은 검찰로 넘어갔다. 검찰은 성역 없는 수사로 국민의 의혹을 끝까지 밝혀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의 분노가 어디로 향할지 자명하기 때문이다.

/mckids@sedaily.com

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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