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파문’이 새누리당 차기 대권 판도에도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역대 대선에서는 집권여당의 주류가 대선후보를 내거나 밀었지만 이를 추진해야 할 세력인 주류 친박들이 책임론과 사퇴 압박에 동시에 몰리면서 여의치 않게 돼서다.
여당 내 확고한 지지율을 보이는 대선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친박 주류들은 내부적으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염두에 둬왔다. 하지만 최순실 파문으로 여당의 대선 플랜이 흐트러지게 됐다. 실제 ‘콘크리트’라던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순실 파문 이후 급락해 10%대로 추락했고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24~28일 전국 성인 유권자 2,545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1.9%포인트) 결과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전주보다 3.9%포인트나 떨어진 25.7%를 기록했다. 2012년 19대 총선 이후 처음으로 더불어민주당에 밀려 2위로 내려앉았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 주류가 대선전략을 밀고 나가기도 사실상 어렵게 됐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여당 주류인 친박들이 구상했던 반기문 카드는 어렵게 됐다”고 분석했다. 윤 실장은 “지금 상황만 놓고 보면 박 대통령 지지율은 이제 회복 불능 상태에 와 있는 게 아닌가 판단된다”며 “반 총장이 그동안 박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를 보인데다 지지율마저 박 대통령과 비례해서 움직였던 점을 감안하면 (반 총장의) 지지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현재로선 마땅찮아 보인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당내 비박 후보들과 달리 반 총장은 박 대통령과 거리 두기를 의도적으로 자제해왔는데 지금 와서 차별화에 나서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31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반 총장은 지난주보다 1.3%포인트 하락한 20.9%를 기록했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야당이 내년 대선까지 (최순실) 호재를 계속해서 이용하려고 하기 때문에 친박에는 ‘주홍글씨’가 될 수 있다”며 “내년 대선에서 친박이 미는 후보라는 것 자체가 이제는 프리미엄이 되는 게 아니라 마이너스 효과를 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주류 대선주자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유승민 의원에게는 호재가 될 수 있다. 박 대통령과 꾸준히 각을 세워온 김 전 대표와 유 의원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새로운 보수의 대안을 제시하면서 당과 국정쇄신을 주도할 경우 여권의 구심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다만 김 전 대표와 유 의원은 ‘최태민·최순실 의혹’이 처음 정치권에서 공론화된 2007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당시 후보의 핵심 참모로서 각종 의혹을 방어했던 과거가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를 호재로만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주장도 있다.
한때 친이명박계로 분류됐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지사 등도 이번 사태로 반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남 지사는 각종 정책대안을 쏟아내면서 일찌감치 대선 행보를 해온데다 이번 최순실 사태 이후 야당 못지않은 강경한 발언과 요구를 쏟아내며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