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산업활동 지표는 생산·소비·투자 등 실물경제 3대 축이 동반 감소했다는 외형뿐 아니라 내용도 부실했다. 우선 공장이 돌아가는 정도를 보여주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가동률은 71.4%로 8월보다는 1.2%포인트 올랐지만 지난해에 비해 3.5%포인트 급락했다. 9월 기준으로 금융위기 때인 2009년(79.9%)보다 낮았으며 1998년(68.6%) 이후 18년 만에 최저다. 현대자동차 파업,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사태 등 ‘빅2’ 기업이 휘청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그동안 우리 경제를 지탱해온 건설 부문이 심상치 않은 점이다. 앞으로의 건설 경기를 보여주는 9월 건설수주는 지난해보다 38.6%나 급락했다. 감소율은 2013년 6월(-39%) 이후 3년 3개월 만에 가장 크다. 9월 초 국회를 통과한 추가경정예산이 본격 집행되며 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 등 공공 부문이 발주한 건설수주가 91.2%나 급증했지만 민간 부문이 48.7% 줄었다. 이미 이뤄진 공사실적을 뜻하는 건설기성도 전월보다 4.7% 감소했다. 기성이 감소한 것은 올해 4월(-7.3%) 이후 5개월 만이다.
김광섭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건설 부문이 감소한 것은 일시적인 것으로 수준 자체는 좋다”면서도 “현재 정점을 지나고 있어 증가율은 앞으로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3·4분기 경제성장률은 0.7%(전 분기 대비)인데 이 중 건설투자가 0.6%포인트를 담당했다. 건설투자 없었다면 지난 분기 사실상 제로성장을 했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건설 경기가 식기 시작한 것은 전체 경기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심각한 신호라는 분석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9월 산업활동 동향은 10월 이후 경기가 둔화될 것이라는 점을 여러 단서를 통해 보여줬다”며 “상대적으로 견고했던 건설과 소비가 둔화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기록적인 주택 분양과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등 각종 내수진작책으로 그나마 경기를 뒷받침하던 건설과 소비가 9월을 기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현대차 파업과 갤노트7 단종도 계속해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파업은 10월15일 타결됐고 갤노트7도 단종은 11일 공식 발표됐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졌던 개소세 인하 혜택도 사라졌다. 청탁금지법으로 소비에도 부정적 효과가 예상된다. 기획재정부는 “10월1일부터 26일까지 백화점과 할인점 매출이 지난해보다 각각 2% 내외, 4% 내외로 증가했다”고 밝혔지만 음식 및 숙박업 등을 포함하면 미지수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4·4분기는 소비절벽이라는 말을 써도 될 정도로 소비가 둔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분기 성장률 전망에 대해서도 큰 폭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전 분기에 비해 0% 안팎이 될 것으로 보지만 마이너스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고 주 경제연구실장은 “마이너스까지 갈 가능성은 적고 0.2~0.4%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