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십년 만의 가뭄으로 온 나라가 난리다. 특히 충남 서북부 지역의 가뭄이 극심하다. 중심 수원인 보령댐이 저수율 20% 이하이고 댐의 고갈을 우려한 충남서부 8개 지자체는 자율적인 급수 조정을 실시 중이다. 다른 지역도 가뭄에 시달리기는 매한가지다. 전국의 대부분 댐과 저수지 역시 최저수준의 저수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번 가뭄은 강수량이 예년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즉 일종의 천재라고 할 수 있다. 천재라지만 우리가 어떻게 준비하고 있었는지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지진·화산·해일·태풍 등 모든 자연재해를 미리 알고 대비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재난을 겪으면 피해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당연하다. 전쟁을 겪고 평화를 준비하고 가뭄 뒤에 저수지를 건설하고 홍수 뒤에 제방을 막는 것이 그렇다. 문제는 준비나 대비는커녕 금세 망각해버리는 경우다.
일찍이 미국의 철학자 조지 산타야나는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면 그 역사를 다시 살게 된다'고 했다. 가뭄만 해도 그렇다. 우리는 지난 역사를 통해서 수많은 가뭄을 겪었지만 완전하고도 근본적인 가뭄대책은 여태껏 마련하지 못했다. 물론 막대한 노력과 예산을 들여 댐·저수지·관개시설·수도 등의 수많은 인프라를 갖췄고 이를 통해 지난날에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을 숱한 물 재난을 견딜 수 있게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은 부족한데다 기후변화 등 상황도 바뀌고 있다. 더욱 주도면밀하고 힘 있고 일관된 행동이 필요하다.
지난달 30일 수량에 여유가 있는 백제보 하류의 물을 보령댐으로 보내 주민들의 생활불편을 덜고 가뭄을 이겨내려는 도수로 공사가 착공됐다. 도수로가 완공되면 주민들은 안정적으로 물을 쓸 수 있다. 풍부한 물그릇을 준비하고 전국의 강과 호수를 서로 이어 물 이용에 효율을 기하며 물을 더욱 안전하게 관리하려는 노력과 투자가 계속돼야 한다. 당장 효과가 나타나는 단기대책도 주민협조 아래 병행하고 있다. 바로 절수운동이다. 각 가정과 산업체 등에서 물을 아낄수록 더 많은 사람이 나눠 쓸 수 있고 오래 쓸 수 있다.
가뭄을 이겨내는 일은 한두 사람의 노력으로는 어렵다. 많은 사람이 함께해야만 성과를 거둘 수 있다. 특히 피해 당사자 못지않게 가뭄을 체감하지 못하는 다른 지역,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가 중요하다. 그래야만 각종 대책을 힘 있게 추진할 수 있고 가뭄에 시달리는 지역 주민들도 용기와 위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채근담(菜根譚)에는 '사람이 노력하면 어떠한 어려운 일도 이겨낼 수 있다'는 뜻의 인정승천(人定勝天)이란 문구가 나온다. 모두가 하나 돼 가뭄을 이겨냄으로써 "인력(人力)이 천재(天災)를 이겨내고 만회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