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에 내년 상반기까지 1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해 시스템 반도체 생산 능력을 확 키운다.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인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까지 석권하겠다는 의지다.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 공장에 1조원 이상을 투자한 것은 이례적이다. ★관련기사 13면 본지 7월26일자 1·3면 참조
1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사 미주 법인은 오스틴 반도체 공장 설비 확장에 2017년 6월까지 10억달러(약 1조1,420억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는 경기도 기흥(S1)과 오스틴에 있는 S2 공장에서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기지를 운용하고 있다. 애플·퀄컴은 물론 삼성전자가 독자 설계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주로 만든다. 모바일 AP는 각종 스마트 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이자 시스템 반도체의 꽃으로 불린다.
삼성전자가 8~9개월간 1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해 오스틴 공장을 키우는 배경은 이 회사가 상대적으로 입지가 작았던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주도권을 끌어오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대만 TSMC의 영향력에 못 미친다. 반도체 설계 분야는 퀄컴·애플·인텔이 삼성전자를 앞선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14나노미터(nm·1nm는 10억분의1m) 핀펫 공정을 개발하고 퀄컴 등만 기술을 보유한 모바일 AP 통합칩 생산에 성공하는 등 기술력은 수위권으로 끌어올렸지만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작다.
시스템 반도체는 스마트폰은 물론 삼성전자의 차세대 먹거리인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차량용 전자장비(전장) 등의 중추이기도 하다. 삼성전자의 이번 투자는 미래 주력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큰 그림의 일부로 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삼성전략혁신센터(SSIC)를 세우고 첨단 기술 벤처를 적극 인수하고 있다. IoT 분야의 스마트싱스나 음성인식 기반 AI 기술을 보유한 비브랩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오스틴에 있는 시스템LSI 연구개발(R&D) 센터를 2배 큰 건물로 확장 이전하고 AP·이미지센서 같은 반도체에 특화한 전문 인력을 새로 뽑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삼성종합기술원 역시 딥러닝·AI 같은 분야의 전문가 채용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 1997년 오스틴에 처음 거점을 마련했고 현재까지 총 160억달러를 오스틴 R&D 센터와 공장에 투자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