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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타는 영화&경제] (35) ‘트루스’& 트럼프와 요동치는 미국 대선

영화 ‘트루스’는 2004년 미국 대선 때 부시의 군복무 비리를 둘러싼 진실 다툼 이야기다. /출처=네이버영화영화 ‘트루스’는 2004년 미국 대선 때 부시의 군복무 비리를 둘러싼 진실 다툼 이야기다. /출처=네이버영화




#2004년 미국 대선도 박빙


2004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조지 부시 대통령과 민주당 존 케리 후보의 승부는 막판까지 박빙이었다. 이때를 배경으로 한 영화 ‘트루스’는 재선을 노리는 부시와 관련된 군복무 의혹을 단독 보도한 CBS 프로그램 ‘60분’팀의 실화를 담았다.

CBS의 베테랑 프로듀서 메리 메이프스(케이트 블란쳇)는 경영진으로부터 부시 대통령이 군복무 비리 취재와 보도를 일임받고 시사프로그램 ‘60분’을 기획한다. 각 분야 최고 실력자로 새 팀을 꾸리고 끈질긴 취재 끝에 부시가 군복무 때 각종 청탁 사실과 근무 태만을 저지른 정황은 파악한 메리. 하지만 결정적 ‘한방’이 없어 답답하다. 그러던중 ‘킬리언 문서’를 지닌 결정적 제보자가 나타난다. ‘조지 부시의 비행 중지 상황’이란 제목에 킬리언 중령의 친필서명이 달린 이 문서는 당시 전투비행단에 중위로 복무하던 부시가 무단으로 비행훈련에 참가하지 않았음이 적시돼 있었다.

‘60분’의 진행자 댄 래더가 부시의 군복무 비리의혹 기사를 보도하고 있다. /출처=네이버영화‘60분’의 진행자 댄 래더가 부시의 군복무 비리의혹 기사를 보도하고 있다. /출처=네이버영화


#특종이 돌연 오보로…

마침내 ‘60분’은 앵커 댄 래더(로버트 레드포드)의 진행으로 부시의 군복무 비리 의혹을 단독 보도한다. 대선 판세는 크게 요동쳤다. 부시의 패색이 짙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한 보수 블로거가 이 문서의 조작설을 주장하고, 제보자까지 말을 뒤집으면서 특종은 오보로 둔갑해버린다. 결국 메리를 포함한 ‘60분’팀 전원은 그 멍에를 쓰고 CBS를 떠나게 된다.

메리(왼쪽 두번째)와 ‘60분’ 팀은 오보의 멍에를 쓰고 CBS에서 내몰리게 된다.  /출처=네이버영화메리(왼쪽 두번째)와 ‘60분’ 팀은 오보의 멍에를 쓰고 CBS에서 내몰리게 된다. /출처=네이버영화


#트럼프, 막판 회생조짐


2016년 미국 대선 판세가 막판에 요동치고 있다. 10월초 워싱턴포스트(WP)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의 ‘음담패설 녹음파일’을 단독 보도한 직후만 해도 트럼프는 패색이 짙었다. 그러던 트럼프가 다시 기사회생하고 있다. FBI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 게이트’ 수사를 재개하겠다고 밝히면서 생긴 반전이다. 대선을 한주 앞둔 1일 ABC뉴스-워싱턴포스트 여론조사에선 트럼프가 클린턴을 1%포인트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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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막말과 망동, 성희롱과 탈세를 일삼은 트럼프는 도저히 미국 대통령 적격자라 보긴 어렵다. 그런데도 트럼프가 막판 뒷심을 발휘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최대 인구집단인 백인 중하층이 ‘콘크리트 지지층’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집권 8년간의 실정 탓에 살기 힘들어졌다고 믿는 이들의 절망은 깊다. 실제로 미국 잡지 ‘애틀랜틱 매거진’이 지난해 계층 상승을 의미하는 ‘아메리칸 드림’의 현실성에 대해 설문했는데 백인 중 19%만 ‘아메리칸 드림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흑인(43%)과 히스패닉(36%)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수치다. 미국의 미래와 관련해 소수인종보다 미국에서 주류를 이루는 백인이 더 비관적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조사단 앞에 선 메리. 조사단은 메리의 정치적 편향을 입증하려 하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한다. /출처=네이버영화조사단 앞에 선 메리. 조사단은 메리의 정치적 편향을 입증하려 하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한다. /출처=네이버영화


#백인 중하층의 깊은 절망

트럼프는 이민 억제와 자유무역 철폐를 내세우며 백인 중하층의 절망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한미FTA 같은 미국의 무역협정들이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고 공장문을 닫게 하고 있으므로, 대통령이 되면 이를 바로잡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의 주장은 넌센스다. 자유무역의 당위성은 영국 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이론을 통해 이미 200여 년 전에 입증된 상식이다. 미국 경제학자 65%가 ‘미국 무역 정책이 더 개방돼야 한다’고 반응한 반면 ‘보호무역을 해야 한다’고 답한 학자는 9%에 불과했다는 최근의 설문결과도 있다.

메리는 진실이 사라지길 바라는 이들이 자신을 비난하며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 주장한다. /출처=네이버영화메리는 진실이 사라지길 바라는 이들이 자신을 비난하며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 주장한다. /출처=네이버영화


#진실은 변하는게 아닌데…

영화 ‘트루스’에서 메리는 말한다. “사람들은 듣고 싶지 않은 얘기가 나올 때 손가락질하고 비난하면서 진실 따위는 사라지길 바란다. 그리고 모든게 끝나고 나면 하도 시끄럽게 발을 구르고 고함을 쳐대서 뭐가 핵심인지 다 잊어버린다”고.

2016년 대선을 코앞에 둔 요즘 미국은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과 트럼프의 탈세를 둘러싼 진실공방으로 시끄럽다. 그 틈을 비집고 시대착오적 보호무역주의와 백인우월주의까지 분출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대선이 끝나고 나면 진실은 간데없이, 핵심은 무엇인지 모두 잊은 채 이 모든 소동이 한낱 시끄러웠던 기억으로만 남게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트루스’에서 메리는 부시의 군복무 비리가 있었는지 의문을 던졌는데, 그 진실에 대한 관심은 사라진 채 메리의 정치적 성향과 음모론만 들끓었던 것처럼 말이다.

문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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