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이 크라우드펀딩(온라인 소액 지분 투자)으로 7,500만원 이상을 모은 뒤 정책 금융기관 등의 추천을 받으면 코넥스시장에 더 빠르게 상장할 길이 열린다. 금융당국은 크라우드펀딩 투자자가 수월하게 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이르면 오는 14일 전용 거래 시장(Korea Startup Market·KSM)도 개설한다.
금융위원회는 6일 이 같은 내용의 크라우드펀딩 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1월 시행된 크라우드펀딩은 개인투자자가 온라인에서 중개업자를 통해 쉽게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9개월 동안 6,000여명의 투자자가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해 89개사가 자금조달에 성공했다.
금융위는 스타트업의 크라우드펀딩 참여 활성화를 위해 코넥스시장의 진입 문턱을 낮추기로 했다. 코넥스는 벤처·중소기업 전용 주식 시장으로 2013년 개설됐다.
스타트업이 코넥스에 상장하려면 증권사를 ‘지정 자문인’으로 의무 지정해 상장과 공시업무 자문·사업보고서 작성 등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연간 5,000만원 안팎의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 스타트업 업계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3억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하면서 투자자가 50인 이상 참여한 스타트업은 자문 증권사 없이 코넥스에 상장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KDB산업은행·IBK기업은행 등 정책 금융기관이 보증할 때는 크라우드펀딩으로 1억원 이상만 조달해도 특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한국거래소 산하에는 전용 거래시장을 설치해 크라우드펀딩 성공 기업의 주식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한 기업은 별다른 조건 없이 전용시장에 등록해 주식을 사고파는 것이 가능하다. 특히 KSM에 등록한 크라우드펀딩 기업은 코넥스 상장 특례가 확대 적용된다. 정책 금융기관의 추천만 받는다면 크라우드펀딩으로 7,500만원(20인 이상 투자자 참여)만 모아도 코넥스 상장을 할 수 있다.
아울러 금융위는 크라우드펀딩 기업이 홈페이지로만 광고하도록 규정된 자본시장법을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포털사이트 등을 통한 투자 모집 광고를 허용해주겠다는 것이다.
투자자의 활동 폭도 넓어진다. 금융위는 크라우드펀딩 투자 한도 규제(개인투자자 연 500만원)를 적용받지 않는 ‘적격엔젤투자자’의 자격 요건을 절반 수준(2년간 5,000만원 이상 투자)으로 낮춘다. 또 금융전문 자격증을 소지한 금융투자회사 3년 이상 근무자는 연 2,000만원까지 크라우드펀딩에 투자할 수 있는 ‘소득 적격 투자자’의 자격을 부여하기로 했다. 자금 여력이 충분한 투자자의 참여가 활발해지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크라우드펀딩 제도 시행 이후 지난달 말까지 모인 143억원 중 84억7,500만원(59%)이 소득적격투자자와 전문투자자의 손에서 나온 투자금이다.
다만 투자자 보호를 위해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자에 대한 감독 체계는 강화된다. 앞으로 금융당국에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자로 등록하려면 자기자본 요건(최소 5억원)의 심사가 가능하도록 회계감사 보고서를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유사 크라우드펀딩 등 불법 행위도 집중적으로 단속할 계획이다.
김기한 금융위 자산운용과장은 “크라우드펀딩이 유가증권·코스닥처럼 독자적이면서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제도를 계속 개선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