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집회 열기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참가자들의 모습도 이전 시위와는 확연히 달랐다. 난무하던 시위대의 폭력도, 물대포와 같은 경찰의 강경 진압도 없었다. 참여 시민 중 상당수는 야당 지지자도, 정치색 짙은 시민단체도 아니었다. 교복을 입은 중고등학생부터 직장인 등 평범하게 살아가는 시민들이 거리를 채웠다. 주최 측의 예상보다 2배나 더 많은 인원이 모인 것도 자발적인 참여가 많았기 때문이다. 국정이 일개 민간인에게 농락당했다는 참담함과 진심을 느낄 수 없는 대통령의 사과가 이들을 거리로 내몬 셈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국민이 받은 배신감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청와대는 6일 주말 집회와 관련해 “민심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사태의 심각성에 비해 청와대의 현실 인식이 안이했다는 실토로 들린다. 이제라도 성난 민심을 직시하고 진솔하고 겸손하게 다가가야 한다. 5%까지 떨어진 지지율로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책임총리하에 2선으로 후퇴하든 국회가 총리를 선택하게 하든 대통령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파국을 막는다. 안 그러면 더 큰 저항에 직면하게 된다. 12일로 예정된 민중 총궐기 대회에는 최소 50만명이 집결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어떻게든 헌정이 중단되는 비극적인 사태만은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