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총리 잔혹사] 현 정부 발탁 6명 중 3명은 청문회 문 못열고 낙마



박근혜 정부의 ‘총리 잔혹사’가 다시 한 번 이어지게 됐다. 이미 현 정부에서 지명한 총리 후보자 6명 중 3명은 인사청문회를 열지도 못한 채 낙마했고 김병준 후보자까지 여기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총리에 오른 3명도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 사퇴 번복 등 숱한 굴곡을 겪었다. 박근혜 정부는 인선 과정을 철저하게 비공개하고 의외의 인사를 등용하는 일이 잦았는데 긍정적 의미의 깜짝 인사라기보다 공개적인 검증을 하지 못한 채 ‘아는 사람’만 쓰는 폐쇄적인 인사였고 총리 잔혹사 역시 그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근혜 정부의 첫 총리 지명자부터 청문회 기회도 갖지 못한 채 낙마했다. 2013년 1월24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 당선인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맡고 있던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을 총리 후보자로 발표했다. 그러나 인수위 가동 전부터 총리 후보를 물색하는 역대 정부보다 늦게 지명한 편인데도 김 전 헌법재판소장의 두 아들에 대한 병역 문제와 부동산 투기 의혹이 터져 나왔다. 당시 인사청문회를 준비한 정부의 한 관계자는 “본인도 모르게 가족이 했던 부동산 투기가 많아서 나중에는 대응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에 ‘돌려막기’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2012년 총선 당시 새누리당의 공천관리위원장을 지낸 정홍원 전 법무연수원장을 후보로 지명했다. 정홍원 전 총리는 2013년 2월26일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가결돼 총리직을 수행했으나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면서 2014년 4월27일 대국민사과를 한 뒤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 전 총리의 후임으로 지명된 두 명의 후보자가 각각 청문회 문턱도 밟지 못한 채 자진사퇴해 2015년 2월까지 국무총리에 머물렀다.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을 지낸 안대희 전 대법관을 2014년 5월22일 총리 후보자로 내세웠다. 그는 노무현 정부에서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의 대선자금 불법모금인 ‘차떼기당 사건’을 수사 지휘해 국민적 인기가 높았던 만큼 인사청문회 통과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후보 지명 하루 만에 대법관 퇴임 후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한 뒤 5개월간 16억원의 수임료를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전관예우 논란에 휩싸였고, 결국 2014년 5월28일 후보직을 내려놓았다.


법조계 인사가 연이어 문제가 되자 박 대통령은 2014년 6월10일 신문사 주필을 지낸 문창극 후보자를 지목한다. 그러나 그는 병역이나 부동산 투기 등 그동안 후보자와는 달리 역사관과 친일 논란, 교회 강연 등 사고와 언행이 문제가 됐다. ‘식민지배·남북분단은 하나님 뜻’ ‘일본의 위안부 사과 필요 없다’ 등의 과거 발언이 논란이 됐고 6월24일 전격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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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은 이번에는 친박계 정치인이자 충청 출신인 이완구 전 국회의장을 낙점했다. 논란은 있었으나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그는 이른바 ‘실세총리’로 대한민국을 사정하겠다는 포부를 내세웠다. 그러나 경남기업 회장 출신인 고(故) 성완종 전 새누리당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리스트’ 가 발견되고 그 안에 그의 이름이 등장하면서 그 자신이 오히려 ‘사정 1호’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는 결백을 주장했으나 검찰 수사가 그를 압박하자 2015년 4월27일 공식 사퇴했다.

후임은 황교안 현 국무총리다. 그는 병역 면제, 과다 수임료 등의 논란이 있었지만 2015년 6월18일 국회에서 인사청문보고서를 가결하면서 총리로 임명됐다. 그는 최순실 게이트 이후 박 대통령이 김병준 총리 후보자를 지명한 2016년 11월2일 곧바로 이임식을 열고 자리를 뜨겠다고 결정했다가 70분 만에 번복해 뒷말을 낳았다.

황 총리의 후임으로 발탁된 김병준 후보자는 대통령과 독대해 책임총리의 권한을 보장받았다고 밝혔지만 바로 다음날 박 대통령의 담화문에는 한 글자도 언급되지 않으면서 본인의 발언에 상처를 받았다. 야당은 물론 여당까지 총리 철회 주장이 이어졌고 박 대통령이 8일 국회를 찾아 총리 철회와 여야 추천 총리 후보 수용 입장을 밝히면서 본인의 말대로 사라지게 될 운명에 놓였다.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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