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지난 6월1일 서울 광진구 구의역 추모의 공간에서 스크린도어 정비 작업 중 사고로 숨진 김 모(19)씨를 추모하고 있다./연합뉴스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안전문(스크린도어)에서 홀로 정비 작업을 하다 열차에 치여 숨진 김모(19)씨 사망 사고에 대한 경찰 수사가 5개월여 만에 마무리됐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안전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사망 사고를 유발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 등)로 이정원(52) 전 서울메트로 대표와 은성PSD 대표 이모(62)씨 등 총 1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0일 밝혔다.
은성PSD 대표 이모씨 등 관리·감독 책임자 4명은 소속 근로자인 김씨의 안전을 확보했어야 할 1차 책임을 다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에서 이들은 ‘2인 1조 근무’ 원칙을 지키지 않았을 뿐 아니라 1명이 작업하고도 2명이 작업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김씨 사망 당시 작업자들의 근무를 감독해야 할 중간 관리자는 근무 시간 동안 사무실을 무단으로 이탈한 사실도 드러났다.
은성PSD는 평소에도 작업현장 실태 점검이나 안전장비 착용 상태 점검 등 기초적인 관리·감독을 전혀 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메트로에서는 이 전 대표를 포함해 전자사업소장인 김모(57)씨 등 총 7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은 메트로가 최근 수년간 이 같은 사고가 잇따랐음에도 ‘부서 간 이기주의’와 ‘책임 떠넘기기’ 행태로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지지부진했다고 지적했다.
또 현장 점검 강화와 용역업체 안전 교육 강화, 안전 수칙 위반 시 적극 제재 등 기본적인 매뉴얼조차 따르지 않아 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메트로는 하도급 업체인 은성PSD가 인력 구조상 2인1조 작업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개선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2인1조로 근무한 것처럼 작업확인서를 조작해 기록을 남기도록 유도했다”고 지적했다.
구의역 역장과 역무원들은 사망한 김씨가 역무실에 혼자 들러 스크린도어 마스터키를 가져갔음에도 아무도 작업내용이나 안전 여부에 관해 확인하지 않고 방치한 혐의를 받는다.
특히 역무원 조모(53)씨는 서울메트로 종합관제소로부터 구의역 스크린도어가 열려 있다는 장애 신고를 미리 받고도 아무런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또 상부나 관련 부서에 보고·전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구의역 관계자 3명을 불구속 입건해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 사망 사건은 작업현장에 만연한 안전불감증 등 총체적인 부실이 합쳐져 발생한 사건”이라면서 “고질적인 문제에 우리 사회가 경각심을 가지도록 앞으로도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메트로와 은성PSD간의 유착 관계, 횡령·배임 혐의 등 ‘메피아’ 비리 수사는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서 아직 진행 중이다.
지난 5월 28일 오후 5시57분께 은성PSD 소속 정비용역직원 김씨는 구의역 9-4번 탑승문 스크린도어를 혼자 정비하다 들어오는 열차에 치여 숨졌다.
김씨 유품에서 컵라면이 발견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 해왔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추모가 이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