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트럼프 쇼크'에 자산가들 은행 PB센터 문의 빗발

"단기차익 실현 후 중장기 투자 기회 기다려라"

공격적 투자자엔 인덱스 펀드

자산 20%내외 달러 환전 추천

일부는 美 가치주 투자 권하기도



“미국 대통령선거 결과의 영향과 대응에 대한 자산가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습니다. 미 대선이 끝나면 불확실성이 한 가지 제거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예측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더욱 혼란스러워진 상황입니다.”(시중은행 PB센터장)

미국 대선의 이변이 국내 은행 PB센터를 긴장시키고 있다. 대선 이후 주식 시장이 바로 안정을 찾는 등 시장에는 큰 영향이 없었지만 자산가들은 여전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 PB들도 자산가들의 불안을 잠재우고 새로운 자산 운용 전략을 제시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트럼프의 당선이 유력해진 9일 오후부터 이날까지 각 은행 PB센터에는 자산가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또한 고객들의 방문 예약 문의가 급증하고 센터에도 불쑥불쑥 들르는 등 현장 상담 요구도 확 늘었다. 코스피가 2,000선을 회복하는 등 시장은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지만 향후 시장이 어떻게 변동할지 모른다는 자산가들의 불안감이 큰 탓이다.

신동일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자산가들 거의 전부가 힐러리 클린턴이 승리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트럼프가 이변을 만들어내 당황하고 있다”며 “자신이 보유한 자산을 어떻게 조정해야 하며 앞으로 운용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문의들이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 PB들은 이날 금융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가중된 고객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하루종일 진땀을 뺐다.


김혜원 우리은행 본점영업부 PB팀장은 “고객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불확실성”이라며 “예상하는 것이 빗나갔을 때 느끼는 실망감, 두려움 등이 고객들의 전반적인 심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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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가들은 특히 앞으로 트럼프의 경제 정책 방향과 영향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에 난감해 했다는 후문이다. 미국 대선이 끝나면서 불확실성 하나가 제거될 줄 알았으나 여전히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배종우 KEB하나은행 평창동골드클럽 센터장도 “기본적으로 정책 방향을 예측하기가 무척 어려운 사람이 대통령이 되다 보니 고객들이 난감해 했다”며 “환율 변동성이 당분간 지속될 것을 걱정해 관련 자산을 처분해야 할지 문의하는 고객이 많았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 시장의 요동과 등락 속에서도 재빠르게 유연한 대응책을 제시하는 PB들도 있었다. 김 팀장은 “먼저 연락을 드려가면서 달러를 다소 보유했던 고객들에게는 매도를, 투자 성향이 공격적인 분들에게는 국내 주식 인덱스 펀드를 추천드렸다”며 “오늘도 달러 매도를 통해 단기 차익을 실현한 후 현금을 보유하거나 주식 쪽에 일부 넣기를 권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일부 PB는 장기 전망을 점치면서 투자 방향을 제시해 자산가들의 불안을 불식시키기도 했다. 신 부센터장은 “미국의 가치주 펀드, 상장지수채권(ETN), 상장지수펀드(ETF) 투자가 유망할 것 같다고 조언하고 있다”며 “또 달러 강세 가능성이 크기에 자산의 20% 내외는 환전해놓으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PB들은 당분간은 단기로 자산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기존 미국 금리 인상과 국내 최순실 리스크에 더해 미국 대선 변수가 트럼프 리스크로 변모해 여전히 불확실성으로 작용하기에 대기·단기 자금 위주의 운용을 계속하면서 중장기 투자 시점을 좀 더 기다려야 한다는 것.

신 부센터장은 “일단 상황이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 지켜보고 대응하자고 조언하고 있다”며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로의 변화나 미국 금리 인상 단행에 따른 자산 운용 전략을 차차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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