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국내정치 몰두...외유성 의원외교...트럼프 인맥 쌓기 실패한 정치권

2011년부터 대선후보 거론 불구

핵심인사와 관계 형성 기회 놓쳐

"美 대외정책 결정에 영향 미치는

다양한 전문분야 인물 관리 필요"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앞줄 오른쪽)와 부통령 당선인 마이크 펜스(〃 가운데), 트럼프 가족, 지지자들이 당선이 확정되기 전에 한자리에 모여 사진을 찍었다. /트럼프 트위터 캡처=연합뉴스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앞줄 오른쪽)와 부통령 당선인 마이크 펜스(〃 가운데), 트럼프 가족, 지지자들이 당선이 확정되기 전에 한자리에 모여 사진을 찍었다. /트럼프 트위터 캡처=연합뉴스




미국 정치권의 ‘아웃사이더’인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국내 정치권 인맥이 전무한 데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정통 정치인이 아니라 국내 정치인이 인맥을 쌓을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동정론도 있지만 인적 데이터베이스도 축적해놓지 못한 부실한 의원외교의 결과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10일 한 세미나에서 농담 삼아 “(국내 프로골퍼인) 최경주가 트럼프와 여러 번 골프를 쳤다고 하는데 (트럼프 측과 연결고리를 찾는 데) 참고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로 정치권 인맥은 전무하다. 정치권에서는 ‘트럼프와 사진 한 장만 찍어뒀어도 핵심 인맥이 될 뻔했다’는 자조도 나온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날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미 대선을 앞두고 다양한 인맥을 구축할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여야 모두 4·13총선을 앞두고 공천과 선거 후 당권 싸움에 매몰돼 기회를 놓쳤다”고 털어놓았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윤영석 의원도 이날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트럼프가 정통 정치인이 아니어서 인맥을 쌓기가 더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면서도 “의원외교 전반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매년 부실하게 이뤄지는 의원외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의원외교라는 명목으로 매년 60~70회의 해외견학이 이뤄지지만 대부분 외유성에 그쳐 실질적인 인맥 쌓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수십 건의 의원외교 사례를 분석해보면 대부분 외유의 성격이 다분하다”며 “내실 없는 의원외교에 매년 50억~60억원의 국민들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실장은 “의원외교는 시기적으로도 1월과 8월에 집중되는데 방문지도 대부분 남미국가”라고 덧붙였다. 1월은 전년 예산국회가 끝나는 시기이고 8월은 정치 휴지기에 해당한다.


일부에서는 의원외교가 헌법상 규정된 국회 권한이 아닌데도 지금까지 관행으로 특권처럼 활용해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실장은 “의원외교라는 개념은 사실상 헌법에도 나와 있지 않고 국회사무처 권한 책자에도 없는 일종의 의원들의 특권처럼 돼 있다”며 “실효성 있는 의원외교가 되려면 법적 근거를 우선 만들고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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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외교는 정부 외교를 뒷받침해주고 외교로는 해결할 수 없는 민감한 사안을 풀어주는 중요한 역할과 기능을 하는데도 정치권의 각성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비판 또한 나온다. 윤영석 의원은 “미국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국회도 앞으로 전문분야별로 의원외교 활동을 권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진 전 의원은 “(트럼프 당선인과 외교인맥이 부족한 상황에서) 현대자동차 공장이 있는 미 앨라배마주의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과 우리 교민이 많이 사는 뉴욕의 루돌프 줄리아니 전 시장 등은 트럼프의 측근들이기 때문에 이 같은 채널을 적극 활용하는 게 좋다”며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자문한 미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에드윈 퓰너 전 이사장도 의원외교를 통해 친분이 있어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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