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AI에 완패한 선거여론조사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자 미국 여론조사연합회가 반성문을 썼다. 당선자 확정 후 내놓은 언론 배포자료에서 “여론조사들이 완전히 틀렸다”고 인정한 것이다. 연합회 소속 여론조사기관들이 줄곧 트럼프가 패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투표일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나온 11개 조사 결과 가운데 트럼프의 승리를 점친 것은 단 2개뿐이었다.


엉터리 여론조사는 올 6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국민투표 때도 문제가 됐다. 대다수 여론조사는 영국의 유럽연합(EU) 잔류를 점쳤지만 실제 투표에서는 탈퇴 우세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4·13총선 당시 선거 막판까지 여론조사는 여당의 압승을 예측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여당의 참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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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여론조사 업체들이 헛발질하는 사이 인공지능(AI) 컴퓨터는 정확한 예측을 내놓고 있다. 인도 벤처사가 개발한 인공지능 ‘모그AI’는 한달 전부터 트럼프의 당선을 예견했다. 모그AI가 미국 대선 결과를 맞힌 것은 벌써 네 번째라고 한다. AI에 기존 여론조사 업계가 완패했다고 할 만하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여론조사 업체의 조사방식이 구태의연한데다 편견과 왜곡이 심하기 때문이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도 여론조사 업체들이 ‘자신들이 보고 싶은 것을 보느라 기성 정치권에 대한 실망과 분노를 놓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빅데이터 활용이나 인간 심리변화 등을 반영한 세밀한 예측모델은 외면한 채 아날로그 설문조사에 의존하는 한 여론조사 업계는 소비자들의 신뢰추락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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