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방송된 KBS1 ‘한국인의 밥상’은 ‘참 소중한 너라서 - 가을, 토종의 향연’ 편이 전파를 탔다.
▲ 작은 생강이 더 맵다! - 봉동 토굴 생강
토종 생강의 주산지로 널리 알려진 완주 봉동. 생강에 대해서라면 작은 것까지 모두 알고 있는 생강 박사 김용회 씨는 오늘도 마을의 생강밭을 둘러보느라 바쁘다. 개량종 생강보다 생강 과육의 크기가 작고 수확하기도 어렵다는 토종 생강.
하지만 토종 생강을 한 번 먹기 시작하면 남다른 향과 진한 맛에 매료된다고 하는데 과거부터 대대로 생강을 토굴에 보관해 온 봉동 사람들. 집집이 마루 밑에 만들어 둔 생강 굴은 아궁이에 불을 때면 그 열기로 따뜻함을 유지해서 한 겨울에도 생강을 싱싱하게 보관할 수 있다고 한다.
생강 수확이 한창인 봉동. 아침 일찍부터 밭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일꾼들을 위해 김순님씨가 팔을 걷어붙였다. 아는 사람만 안다는 별미, 생강 뿌리인 강수로 만든 개운한 맛이 일품인 강수무침부터 생강가루를 뿌리고 생강 잎을 깔고 삶아서 돼지 특유의 잡냄새가 하나도 나지 않는 생강잎 돼지고기 수육까지. 부쩍 추워진 날씨도 두렵지 않은 봉동 사람들의 토종 생강 밥상을 만나본다.
▲ 잊혀가는 토종 종자를 찾아 나선 사람들 - 봉화 안완식 박사와 토종 수집단
잊혀가는 토종 종자를 발굴하기 위해 오늘도 밤낮으로 전국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안완식 박사와 토종 수집단이 바로 그들이다. 토종 종자가 있을 것 같은 집을 기가 막히게 찾아내는 찍새 안완식 박사를 비롯하여 인간 내비게이션, 미인계, 기록원, 씨앗 수집원 등 각자 맡은 역할이 분명한 그들은 오늘도 토종 종자가 있을 만한 집 대문을 힘차게 두드린다.
토종 수집단의 발걸음이 멈춰 선 한 농가. 그 농가에는 조상들이 남긴 씨앗을 지키며 오순도순 살아가는 박성인씨 모자가 살고 있다. 어머니 신진노미씨는 12살 때부터 어머니를 도와 밭일을 해 ‘처녀 농군’이라는 별명으로 마을에서 불렸다는데 어린 나이에 고생하는 딸에게 어머니가 힘을 내라며 특식처럼 해주던 동아송이국을 진노미씨는 여전히 가슴 깊은 곳에 기억하고 있다.
옛날에는 지긋지긋했던 자색감자밥도 앉은뱅이밀김치조수제비도 이제는 추억이 되어 성인씨 모자의 밥상을 채우고 있다. 아궁이 앞에 함께 앉아 호박잎에 싼 자색감자를 꺼내 나누어 먹는 모자의 모습에서 토종 종자에 깃든 추억의 한 면을 엿본다.
▲ 아는 사람들만 아는 이천의 무 - 이천 게걸무 밥상
경기도 이천시 대월면에는 특별한 무가 있다. 일반 무보다 작고 수염이 많이 난 토종 무인 게걸무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일반 무 보다 매운맛이 강하고 과육도 딱딱해서 바로 먹기보다는 묻어 두고 묵혀서 먹어야 그 진정한 진가가 발휘된다는 게걸무. 수확의 계절 가을을 맞이해 대월면 김영일 씨의 게걸무밭은 수확의 즐거움으로 가득하다.
잘 손질한 게걸무청은 처마 한가득 말려 시래기로 먹고 봄에 종자가 될 파란 부분을 살린 무 뿌리는 짚으로 움집을 만들어 그 속에 잘 묻어 둔다. 마을 남자들이 모여 어죽의 재료가 될 미꾸라지를 잡는 동안 게걸무로 한 해 먹을 김치를 담그는 여자들의 손은 더욱 바빠진다는데.
전통적인 방법 그대로 짚으로 김장독의 맨 위를 막아 놓은 게걸무김치와 치자 물까지 곱게 들여 땅에 묻어 놓는 게걸무 짠지는 여름철 더위에 지쳐 달아난 입맛을 잡아주는데 특효약이다. 항상 이천 사람들 곁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해왔던 게걸무를 통해 토종의 우직함이 담긴 밥상을 만나본다.
▲ 어머니의 마음으로 토종 종자를 품는 마을 - 상주 봉강 여성농민 텃밭 공동체
감 수확 철이 되면 외서면의 작은 마을 봉강리는 분주해진다. 예전부터 마을을 지켜온 어르신들과 귀촌, 귀농한 젊은 농사꾼들이 사이좋게 어울려 살아가는 봉강리. 작지만 맛은 좋은 토종 감을 따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모였다. 수확한 감 중 땡감들은 된장과 소금을 넣은 쌀뜨물에 담가 놓으면 떫은맛은 빠지고 달콤한 맛은 더해진 우린 토종감이 된다는데.
대대로 대물림 되는 토종 종자들을 내년에도 사용하기 위해 씨받기를 하는 마을 사람들. 잘 말린 콩과 깨를 양파망 안에 넣어 쥐가 파먹지 못하게 아궁이 옆 처마에 매달아 놓으면 내년 농사도 문제없다.
아침부터 고생한 마을 사람들을 위해 골호박꿀단지를 만드는 문달님씨와 신영묵씨. 둘째 딸을 낳았을 때, 밤늦게까지 밭일을 하고 왔던 남편이 영묵씨를 위해 직접 만들어 줬던 동지섣달의 골호박꿀단지는 이제 추억이 되어 그리운 남편의 빈자리를 채워준다. 토종을 대대로 품어나가고 있는 봉강 사람들의 따뜻한 토종 밥상을 찾아가 보자.
[사진=K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