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금 이슈가 불거지자 한국 정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나라 살림을 책임지는 기획재정부는 지난 2014년 맺은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에 따라 오는 2018년까지는 이미 분담금이 확정돼 있는 만큼 크게 우려하지는 않는다면서도 트럼프 정부가 보일지도 모를 입장 변화에 주목하고 있는 모습이다. 환경부는 앞으로 미군이 반환할 기지의 환경 오염 처리비용의 부담 주체를 놓고 벌일 협상 테이블에서 미국이 입장 변화를 보이지는 않을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12일 국정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올해 부담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은 9,441억원이다. 매년 분담금은 방위비분단협정에 따라 전년도 분담금에 전 전년도 물가상승률을 곱한 값을 전년도 분담금에 더하는 방식으로 산정된다. 매년 오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10여년 전인 2007년 7,255억원이었던 분담금은 매년 꾸준히 상승해 올해 기준 약 9,441억원으로 불어났다. 우리 정부의 분담 비율은 주한미군 총 주둔 비용의 약 50%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제공하고 있는 토지와 인력, 각종 수수료 감면 혜택 등까지 고려하면 분담 비율은 70% 정도까지 올라간다는 게 시민단체의 지적이다.
정부는 선거기간 ‘동맹의 미국 착취론’까지 제기하면서 상대국가의 방위비 분담금을 늘리겠다고 공언했던 트럼프가 내년에 대통령에 취임하더라도 미국이 2018년까지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분담금은 5년 단위로 한국과 미국이 협상을 해 정하도록 되어 있고 결정된 분담금 수준은 국회의 승인을 받아야만 한다”며 “미국이 2018년 이전에 한국의 분담금을 올리려면 우리와 협상을 다시 해야 하고 우리 입장에서는 국회의 승인을 다시 받아야 한다는 건데 사실상 이렇게 전개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2019년 이후 협상에서는 미국이 분담금을 확 올려달라고 할 수도 있다”며 “이 경우 우리는 분담금 인상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환경부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주장하는 트럼프가 향후 미군기지의 환경오염 정화 비용까지 한국 정부에 떠넘기지는 않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한국은 오염자 부담원칙을 강조하며 미군기지의 치유 비용을 미국이 부담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고 미국은 오염 수준이 ‘인간 건강에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KISE)’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그 비용을 부담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양국 다 한ㆍ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기반해 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협정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비용 부담의 주체가 달라질 여지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이 지적이다. 바꿔 말하면 어떤 스텐스를 가진 상대방과 얘기하느냐에 따라 협상의 결론이 크게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