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지난 12일 100만명의 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서울 도심의 촛불집회 이후 당내에서는 대통령 탄핵이나 하야를 주장하는 강경론이 확산돼 왔다. 이석현 더민주 의원은 “진작에 국민들의 마음은 하야였는데 우리가 ‘2선 후퇴’ 주장을 너무 오래 붙들고 있던 감이 있다”며 대통령 퇴진을 당론으로 채택한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추미애 대표가 영수회담을 제안하고, 이를 청와대가 전격 수용하면서 15일 열리게 된 영수회담에 앞서 청와대를 압박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냐는 관측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추 대표의 제안으로 이뤄진 영수회담에 대해 더민주 내부는 물론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들까지 반대하는 상황에 몰리자, 당론으로 ‘대통령 퇴진’을 채택해 추 대표에 힘을 실어주려 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추 대표와의 회동을 정치적으로 ‘활용’할 소지를 원천차단하겠다는 목적도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이 전제되지 않은 어떤 수습책도 국민이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물리는 것이 쉽지 않고, 이미 합의된 회담이라면 국민의 퇴진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하고 대통령의 퇴진 결단을 끌어내는 자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퇴진을 공식 당론으로 채택한 이날 오후 의원총회서도 내부적으로 추 대표가 박 대통령을 만나기 전에 ‘하야’를 요구하는 당의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당 관계자는 “의총에서 영수회담을 굳이 해야 했느냐를 두고 찬반이 갈리고 있다”며 “영수회담에 가더라도 추 대표가 확실한 ‘퇴진’이라는 당론을 들고서 박 대통령을 설득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석현 의원은 “대통령 주변에 제대로 (조언을) 하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라며 “하야로 전선이 통일되고 야당의 대표이자 제대로 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영수회담에서) 뼈저리게 하야를 설득하는 게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영수회담이 제1야당으로서 정국 수습을 주도해가는 모습을 보이는 동시에 본격적인 하야투쟁으로 노선을 바꾸는 데 필요한 ‘과정’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에 따라 의총에서 대통령 퇴진을 당론으로 미리 정하고, 영수회담이 결렬되면 그때는 더민주가 전면적으로 하야 투쟁에 나서겠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박형윤·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