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역과도 같았던 청와대 예산이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2017년도 예산 심사 과정에서 대거 삭감되고 있다. 최순실 예산으로 분류되는 문화산업 예산은 물론 청와대 비서실·경호실 예산, 청와대 기본 경비 역시 징벌적 차원의 감액이 진행되고 있다. 야당이 예결위원장을 차지하고 있기도 하지만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청와대 예산 삭감에 강하게 반대했던 새누리당 의원들이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까지 진행된 청와대 예산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대다수가 보류됐다. 이미 상임위원회 차원에서 예산 삭감 의견을 냈지만 예결위 세부 심사 과정에서 더 감액하기 위해 보류 판정을 낸 것이다. 예를 들어 청와대 경호실의 특수활동비 경우 더불어민주당 출신 김현미 예결위원장은 “지금 대통령께서 돌아 다니신다거나 이런 일이 없지 않느냐. 경호 활동 자체가 줄 것”이라며 “경호실 특수활동비 118억원 중 10%를 감액해야겠다”며 상임위원회의 10% 감액 의견을 받아들이겠다고 주장했다. 이에 성일종 새누리당 의원이 “국민 정서상 그렇게 말씀하실 수 있다”면서도 “청와대 경호시스템은 지속적으로 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감액 폭 축소를 요청했다. 하지만 김광수 국민의당 의원은 “상임위 차원에서 감액한 것을 추가 감액하는 것이 예결위 역할”이라며 “경호실 관련 국민 정서가 대단히 문제가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김현미 위원장은 추가 감액을 시사하며 심사 보류를 결정했다. 지난해 청와대 특수활동비는 정부가 제출한 예산에서 1억원만 삭감됐다. 문고리 3인방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당시 이재만 총무비서관 등 청와대 관계자가 10%를 감액해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에 “국정 수행에 큰 지장이 초래될 수 있다”고 반박했고 여당이 이를 지켜냈기 때문이다. 당시 삭감된 1억원도 “특수활동비 관련한 사고가 많으니 상징적으로 삭감하자”는 야당의 제안이 일부 수용된 것이다.
예산 심사 과정에 참석한 청와대 관계자들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질문까지 방어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예결소위 야당 의원들은 예산 심사 과정에 출석한 청와대 경호실 관계자를 향해 “최순실이 청와대에 드나들 동안 무엇을 했느냐”고 지적했고 경호실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말씀드릴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린다김도 드나들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경호실이 부실 운영하고 있다면 당연히 페널티를 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예결위 관계자는 “최순실 관련 기사가 나올 때마다 관련 예산을 깎아야 한다는 야당 의원들의 목소리에는 힘이 실리고 여당 의원들은 힘이 빠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