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등이 빅데이터로 활용하기 위해 개인정보를 가명처리하는 ‘비식별화’해도 위치정보 등을 활용하면 누구의 정보인지 ‘재식별’할 수 있다는 국회 및 민간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라 제기됐다.
15일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빅데이터 관련 제도 정비를 위한 입법작업을 놓고 이처럼 비식별화 기술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배덕광 새누리당 의원 등이 보완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배 의원측은 “개인정부의 재식별화와 같은 기술적 문제를 포함해 다양한 이슈에 대해 조만간 입법 공청회를 다시 재추진해 보완 방향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부년 국회 전문위원도 관련 입법 검토보고서에서 “비식별 조치된 정보가 유출되는 경우 다른 정보와 결합하여 식별될 우려가 있고, 여건의 변화에 따라 해당 정보의 재식별 가능성이 상존3한다”며 “비식별 정보에 대한 관리적, 기술적 보호조치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공청회 진술인로 예정된 이은우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는 특히 페이스북 등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이용정보나 위치정보서비스, 카드사용 내역과 같은 쇼핑정보, 통화내역 등의 데이터는 비식별화하더라도 누구의 개인정보인지 특정하는 게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다고 주장했다. 메사츄세츠공과대학(MIT) 미디어랩의 이브-알렉산드레 드 몽조예 교수 등은 불과 4건의 시공간 정보만 있어도 110만명 이상의 신용카드 사용기록 등에서 개인 식별이 가능함을 실증했다는 것이다.
정부가 비식별화를 위한 지침(가이드라인)을 지난 2014년과 올해 6월 발표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맹점이 지적됐다. 또 다른 진술인인 고학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인정보의 비식별화를 위해 정부 가이드라인에 도입된 핵심 개념인 ‘k-익명성’에 대해 “통계학적으로는 유용하지만 한계가 있는 개념”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기존 가이드라인 등이 규정한 ‘비식별화’의 정의에 대해 판단기준이 불명확해 더 구체적인 정의를 마련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에 따라 비식별화가 아니라 아예 익명화 해야 한다는 주장도 시민단체 등에서 제기된다. 현행 기준대로라면 데이터중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내용을 전부가 아니라 일부만 삭제·대체해도 비식별화로 인정되는 데 아예 완전히 익명성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배 의원측은 “완전한 익명화를 하면 데이터를 재가공, 편집, 추출하기 어렵기 때문에 빅데이터산업이 절름발이가 된다”며 과도한 규제라고 선을 그었다. 고환경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도 “완전한 익명화란 통계처리 이외에는 상정하기 어렵다”며 대안으로 부정한 목적·수단에 의한 재식별을 금지하는 내용을 법안에 담고, 그 이행 여부를 철저히 관리감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