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산업 빙벽속 신성장 엔진으로 조망받는 M&A

삼성전자가 미국 자동차 전장부품사인 하만을 인수하는 빅딜을 성사시켰다. 인수가격만도 80억달러(약 9조3,760억원)로 국내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 규모로는 사상 최대다. 삼성이 커넥티드카용 전장 시장에서 글로벌 선두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게 시장의 지배적인 평가다.


하만 인수는 전장사업을 차세대 성장엔진으로 선택한 삼성의 승부수이자 ‘갤럭시 사태’의 돌파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삼성으로서는 그간 내부거래와 소규모 M&A에 머물러왔다는 통념을 깨고 신산업 생태계의 큰손으로 떠오른 셈이다. 특히 책임경영에 나선 이재용 부회장의 첫 승부수라는 측면에서 그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어떤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지 주목된다. 하드웨어 업체인 삼성이 소프트웨어 기업이자 자동차기술의 메이저플레이어로 탈바꿈한다는 외신들의 분석이 쏟아지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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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산업계는 자동차와 정보기술(IT)의 경계가 무너지는 4차 산업혁명의 거센 파고를 맞고 있다. 이런 터에 삼성의 내부 역량만으로 애플이나 구글을 따라잡기에는 벅찬 상황이다. 하지만 삼성은 이번 M&A로 진입장벽이 높은 차부품 시장에서 10년 이상의 기간을 단축하는 성과를 올렸다고 하니 국내 기업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 등 해외 경쟁사들이 기술력과 브랜드파워를 갖춘 선진국 기업을 사들이는 것도 기술혁신을 앞당기기 위한 절박한 몸부림이다.

우리 3, 4세대 경영자들은 그간 모험정신이 부족하고 글로벌 공략에도 소극적이라는 얘기를 들어왔다. 산업빙벽이 거론되고 정치상황이 불안정한 가운데 올 들어 30대그룹의 투자액이 지난해보다 30%나 줄어든 것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핑계를 대기보다 지속성장을 담보하기 위한 공격적인 투자에 적극 나설 때다. 앞으로 더 많은 기업이 해외 M&A를 중요한 성장전략으로 삼아 불확실성의 시대를 힘차게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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