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바이오벤처 1세대 '선순환 생태계' 싹 틔운다

'크리스탈지노믹스' 창업멤버 이정규 등 재창업 줄이어

풍부한 노하우에 성공 가능성 커...시장 지속성장 도움



바이오업계에서 1세대 벤처로 활약했던 기업가들이 새로 벤처를 꾸려 귀환하는 사례가 활발해지고 있다. 바이오 산업 창업 환경이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한 ‘선순환 생태계’로 진화하고 있다는 신호여서 눈길을 끈다.

17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사이 ‘브릿지바이오’ ‘엠디뮨’ ‘지피씨알(GPCR)’ ‘딕스젠’ ‘앱클론’ 등 1세대 바이오벤처 기업가의 재창업이 늘고 있다.

LG생명과학 출신에 대표적 1세대 바이오벤처인 ‘크리스탈지노믹스’ 창업 멤버인 이정규 대표는 지난해 9월 브릿지바이오를 설립했다. 브릿지바이오는 이 대표의 검증된 경력뿐만 아니라 신약 연구보다 개발에 집중하는 ‘NRDO(No Research & Development Only)’라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선보이며 단숨에 주목받았다. 신동승 지피씨알 대표 역시 LG생명과학 연구원, 바이오벤처 뉴로제넥스 대표, 마크로젠 이사 등을 거쳤으나 지난 2013년 재창업이란 도전을 선택했다.


항암제 개발에 주력하는 엠디뮨도 벤처기업 케미존 공동창업자, 카이노스메드 부사장 출신의 배신규 대표가 지난해 세운 기업이다. 올 6월 진단기기 전문기업 딕스젠을 설립한 이진우 대표의 경우 이번이 벌써 세 번째 창업이다. 항체 신약 개발업체 앱클론의 이종서 대표 역시 영인프런티어 등 1세대 바이오벤처 출신이다.

관련기사



업계는 이런 현상이 재창업에 나선 개인은 물론 바이오 산업 전반에 긍정적이라며 반기고 있다. 서정선 한국바이오협회 회장은 “이미 바이오벤처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기업가가 재창업을 하면 성공 가능성이 높은 데다 그들만의 노하우가 더 많은 사람에게 전파되는 효과가 있어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기존 벤처기업가의 재창업은 해당 업계의 발전 가능성이 풍부하다는 증거이자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한 선순환 생태계를 갖췄다는 지표로 여겨진다”고 전했다.

재창업 사례뿐 아니라 2000년대 초반 이후 주춤했던 바이오업계 전체의 창업 열기도 타오르고 있다. 1세대 바이오 벤처 ‘선배’들의 사업 성과가 속속 가시화된데다 정부 지원에 힘입어 우수 인재들이 속속 뛰어들고 있는 탓이다. 일례로 한국생명정책연구원 등에 따르면 정부로부터 벤처 인증을 받은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은 2011년 533곳에서 지난해 750곳으로 늘었다. 바이오벤처 창업은 2000년 224개로 정점을 찍은 뒤 닷컴주 버블 붕괴 등의 직격탄을 맞으며 2003년 이후 두자릿수로 줄었다.

또 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5년차 이하 스타트업과 예비창업가들을 지원하는 ‘K-헬스케어 멤버십’ 프로그램에 지원한 건수는 올해 168건이었다. 지난해(65건)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김명기 LSK인베스트먼트 대표는 “바이오 창업의 양과 질이 모두 높아지고 있어 우리 회사도 초기 바이오벤처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서 회장은 “최근 벤처 창업 열기가 꺼지지 않도록 업계·대학·정부 등 각계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