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이라 긴장해서 그런지 시험이 너무 어려웠어요.”
17일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마치고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관악고등학교 정문 앞을 나온 김호건(18)군은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김군은 “지금까지 제가 편안히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부모님과 선생님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며 가족의 품으로 달려갔다.
이날 수능이 치러진 시험장들의 교문 앞은 수능 시험을 마치고 나오는 수험생들을 보러 나온 가족들이 가득 메웠다. 교문 창살 사이로 보이는 운동장을 말없이 바라보던 한 학부모들은 수험생들이 한 두 명씩 학교를 빠져 나오자 발을 동동 거리며 자식의 이름을 부르고 꼭 안아주기 시작했다. 학부모 김정미(57)씨는 “아이가 수능을 보기 전부터 스트레스 때문에 원형 탈모가 오는 등 고생이 많았다”며 “정말 후회 없이 시험을 치고 나와 어서 내 품에 안겼으면 좋겠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시험을 마친 학생들의 표정이 모두 밝지는 않았다. 지난해 보다 어려워진 시험 난이도 때문이었다. 신길고 김상민(19)군은 “국어영역의 독서 부분은 지문이 길고 내용도 어려워서 시간이 부족했다”며 “1, 2교시를 마치고 친구들과 점심 때 이야기해보니 다들 어려웠다고 느낀 것 같다”고 시험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이 두 번째 수능 시험이었던 재수생 김희원(20)군은 “전 영역에 걸쳐 작년보다 어려워서 시험지를 받아들고 당황했다”며 “그래도 첫 시험이 아니다 보니 고3 때보다는 어렵지 않게 풀어낸 것 같다”는 말했다. 올 수능부터 필수과목으로 지정된 한국사 과목은 비교적 쉬웠다는 게 수험생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영등포고 송인수(19)군은 “처음 치러지는 과목이라 시험 전에도 평이하게 나올 것으로 예상해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며 “막상 시험을 봐보니 역시 쉽게 풀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수능시험이 끝나면 이후 수시 및 정시 모집 일정이 본격 시작되고 수능 성적표는 다음달 7일 수험생에게 통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