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이너스 수익률을 감내해 온 중국 펀드 투자자들이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에 반색하고 있다. 우려되는 중국·미국 간의 관세 전쟁보다도 중국 수출주가 주도하는 증시 상승에 대한 기대가 더 크기 때문이다. ‘트럼프 리스크’가 아니라 ‘트럼프 이펙트’인 셈이다.
20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중국 펀드(본토 기준)는 올 들어 -12.31%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연초 증시 급락과 경기 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올해 중국 본토펀드로 유입된 자금은 총 3,465억원으로 적지 않은 규모다. 장기투자 관점에서 저가매수를 노리는 투자자들이 꾸준히 유입된데 따른 것이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미국 공화당 후보의 대선 승리는 중국에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종훈 삼성자산운용 글로벌주식운용팀장은 “외국인 투자를 규제하는 특성상 중국 증시는 여타 신흥국보다 트럼프 당선의 영향이 덜하고 변동성도 낮은 수준”이라며 “최근 위안화 가치 하락도 중국 정부가 해외로의 자금이탈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유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국 금융당국은 최근 11일째 위안화 절하를 단행한 바 있다. 이 팀장은 “점진적인 환율하락은 중국 수출기업 경쟁력 강화와 주가 상승, 나아가 증시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상하이증시가 3,500까지 갈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공격적인 투자자들라면 슬슬 투자를 고려해봐야 할 시점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부동산 규제로 인한 증시로의 자금 유입, 선강퉁 적용 등의 호재도 예정돼 있다.
트럼프 당선으로 인한 관세 전쟁도 과도하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트럼프는 미국 제조업 쇠퇴의 원인으로 중국을 지목하는 등 무역 전쟁을 시사해왔다. 이와 관련, 박석중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트럼프 정부가 중국에 징벌적 관세를 물릴 수는 있지만 결국 미국 내 물가 상승과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질적 효과가 크지 않아 중국을 압박하는 카드로만 이용될 것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다만 아직까지 트럼프 내각조차 아직 구성되지 않은 만큼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한정숙 현대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기조로 중국 시장을 개방하라는 요구가 거세질 것”이라며 “중국 경기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어 당분간 양국의 외교 행보를 주시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