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시진핑, 트럼프 보호무역 틈타 중국 주도 무역질서 재편 천명

APEC서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 구축 강조

‘미 동맹’ 남미 정상들도 중국에 빗장 연다

TPP 12개국 정상회의 열며 미국 변화에 촉각

중국이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을 앞두고 페루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글로벌 무역질서 재편 목소리를 높이며 세계 경제 주도권 잡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폐기 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내걸었던 보호무역 공약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중국은 글로벌 외교 무대에서 자국이 주도하는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강하게 밀어붙이며 세계 경제 질서 중심을 이동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쏟는 모습이다. 미국의 뒷마당인 중남미 국가들도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에 위기의식을 느끼며 중국에 한발 더 다가서고 있다.

20일 신화통신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19일부터 이틀간 페루 리마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보호무역주의의 도전과 무역성장 정체에 직면해 있으므로 배타적인 무역협정은 옳은 선택이 아니다”며 미국 주도의 TPP에 대한 반대 의견을 표명하고 중국 주도의 FTAAP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시 주석은 “FTAAP의 설립은 아태 지역의 장기 번영을 위한 전략 방안”이라며 “확고한 의지로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며 APEC 국가들에게 FTAAP의 조기 구축을 촉구했다.

APEC 정상들은 지난 2014년 베이징 회의에서 FTAAP 설립에 원론적 동의를 했지만 미국이 TPP에 힘을 쏟으면서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중국청년보 등 중국언론은 “이번 APEC 회담이 미국 대선 후 흔들리고 있는 TPP 대신 대안으로 중국 주도의 RCEP와 FTAAP 방안이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면서 글로벌 무역질서에서 중국이 중심추 역할국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미국과 교역 관계를 돈독히 쌓아온 중남미 주변국들은 당장 트럼프의 당선에 위기감을 느끼며 중국으로 눈길을 돌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번 24차 APEC 정상회의 주최국인 페루의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대통령은 개막 연설에서 “미국과 영국에서 보호무역주의 경향이 득세하고 있다”며 “보호무역주의는 패배할 것이며 무역이 이롭다는 명백한 메시지를 세계에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신에 따르면 TPP 회원국인 페루는 최근 중국이 주도하는 RCEP 가입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페루가 미주 지역 첫 RCEP 회원국이 될 경우 다른 중남미 국가들도 RCEP 가입 대열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에두아르도 페레이로스 페루 무역장관은 “우리는 새로운 대안에 문을 열을 놓고 있다”면서 RCEP 가입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이 미국 트럼프 정권 출범 전 인수 기간을 틈타 아태 지역 무역질서를 재편할 주도권을 잡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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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회원국인 호주는 물론 인도네시아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도 폐기 수순에 들어선 TPP 대신 RCEP 가입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TPP를 주도해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번 APEC 회담에서 다시 한 번 각국에 TPP 발효를 호소하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가 지원 사격을 했지만 베트남 등 TPP 협약을 맺은 각국에서는 의회 비준 포기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이번 페루 APEC 회의에 참가한 TPP 참여 12개국은 별도로 모여 정상회의를 개최해 TPP 미래에 대한 논의를 벌였지만 구체적인 성과는 성과는 내놓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TPP는 비준 국가 국내총생산(GDP)이 전체 12개국 GDP의 85% 이상이면서 12개국 중 최소 6개국이 비준해야만 발효된다. 미국이 빠지면 GDP 85% 요건 준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장제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내년 트럼프 출범 이후 4월까지 새 정부의 주요 정책이 공표되면서 TPP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분명해질 것”이라며 “중국 주도의 자유무역방안이 TPP를 대체해 새로운 성과를 거둔다면 아태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 주석은 19일 페루 리마에서 가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결정적 순간에 놓여있다”며 “양국 관계가 매끄럽게 전환되기는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홍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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