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소속인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김용태 의원이 탈당을 예고하자 친박·비박계 중진들은 긴급 회동을 갖고 분당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대안 모색에 나섰다. 친박계는 그 동안의 강경 기조에서 한 발 물러서 비상대책위 구성에 비박계와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이정현 대표의 조기사퇴를 통한 극적 타협 가능성도 점쳐진다.
원유철·정우택·홍문종(이상 친박) 의원과 주호영·나경원·김재경(이상 비박) 의원은 21일 오후 여의도 모처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당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원유철 의원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이정현 대표의 12월21일 퇴진 여부를 떠나 비대위 체제가 들어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향후 비대위원장 선정이 급선무라는 데 마음을 모아 어떤 분을 모실지에 원칙적인 합의를 봤다. 전제조건은 신망이 두텁고 정파적 이해관계가 없는 리더십과 덕망을 가진 분이라야 한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 동안 이정현 대표가 ‘12월21일 사퇴, 1월21일 전당대회 개최’라는 로드맵만 제시할 뿐 비대위 전환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친박계 중진의 이 같은 합의는 당내 분란을 의식해 한 발 양보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정우택 의원은 이날 회동 후 “지금 친박과 비박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데 ‘1월21일’이라는 날짜에 너무 구애 받지 말자는 얘기도 나눴다”고 밝히며 친박계의 진전된 입장을 전했다.
친박계가 이처럼 지도부 거취를 둘러싼 로드맵의 변경 가능성을 시사하며 타협에 나선 것은 남경필 지사와 김용태 의원의 탈당을 기점으로 새누리당이 분당 사태로 치달을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새누리당을 해체하고 보수가 재탄생해야 나라가 균형을 찾아 나아갈 것”이라며 “(22일 예정된) 탈당은 내 모든 것을 건 결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남 지사는 지난 20일 “22일까지 지도부 사퇴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개인적인 결단을 내리겠다”는 마지노선을 제시한 바 있다.
현재로서는 남 지사와 김 의원 외에 일부 원외 인사를 제외하고는 현역 의원 가운데서 명시적으로 탈당 의사를 밝힌 이는 없는 상태다. 당원조직 등 당내에서 쌓은 기반조직을 포기해야 하는 것은 물론 탈당 규모가 기대에 턱없이 못 미치면서 떠들썩한 분당 논란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경우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비박계의 주요 구심점인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 등이 탈당에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도 이러한 우려 탓이다.
그 동안 여권 안팎에서는 이 같은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남 지사와 김 의원의 결단을 기점으로 ‘탈당 러시’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한 비박계 의원은 “현재로서는 사태를 ‘관망’ 중”이라면서도 “탈당에 동참하는 의원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면 규모도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역시 “역대 분당 사례를 보면 ‘선도 탈당’의 물밑에서는 시차를 두고 추가 탈당을 약속하는 교감이 늘 있었다”며 “당내 세력은 친박계에 밀려도 여론의 힘을 업은 비박계의 연쇄 탈당 가능성이 높다. 열댓 명만 탈당해도 정치적으로 ‘분당’의 의미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두 계파의 중진들이 갈등 봉합을 위한 대안 마련에 적극 나서면서 비주류의 연쇄탈당 분위기도 한 풀 꺾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함께 새누리당의 분당이 현실화하더라도 다가오는 대선 국면에서 지지 세력의 요구에 따라 결국 재결합 수순에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절차상 까다롭고 비용도 많이 드는 신당 창당 대신 ‘무소속 연대’ 등의 형태로 활동을 이어가다가 새누리당의 친박 지도부가 2선으로 물러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되는 시점에 다시 뭉쳐 ‘신장개업’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