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中 '배터리 설비' 규제..한국 진입 사실상 봉쇄

생산설비 하한 40배나 늘려

"증설하려면 최소 수년 걸려"

2415A01 더 까다로워진 中 배터리 산업 인증2415A01 더 까다로워진 中 배터리 산업 인증


중국 정부가 배터리 제조사들이 반드시 자국에 지어야 할 설비 규모의 하한선을 40배나 늘려 잡은 산업규제안을 내놓았다.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이를 충족하려면 수년이 걸려 사실상 승인이 불가능해 보인다.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의 조치를 우리 업체들의 진출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잇따른 중국의 금한령(禁韓令·한류금지령) 움직임과 연결해 한국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보복조치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 산업정책을 담당하는 중국 공업신식(정보)화부는 지난 22일 홈페이지를 통해 ‘자동차 배터리 업종 규범조건(모범기준)’ 개정안을 고시했다. 개정안은 전기차 배터리 기업들이 중국 본토(홍콩·마카오 제외)에 갖춰야 할 생산설비를 대폭 늘려야 표준업체로 인증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리튬이온배터리 제조사는 최소 생산설비 규모가 현행 0.2기가와트시(GWh)에서 8GWh로 40배나 늘었고 니켈수소배터리 역시 0.01GWh에서 0.1GWh로 10배 증가했다. 공업신식화부는 기업의 의견수렴을 거쳐 이르면 내년 1월 개정안을 확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8GWh는 60㎾h 용량의 고성능 순수전기차(EV) 기준 연간 전기차 13만대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현재 LG화학은 중국 난징에서 연산 EV 5만대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가동 중이고 삼성SDI의 시안 공장은 EV 4만대에 공급하는 정도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8GWh 설비를 갖춘 기업은 비야디(BYD) 등 한두 곳뿐”이라며 “한국 기업은 중국 공장을 2~3배 증설해야 규정을 만족시킬 텐데 이는 수년이 걸리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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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는 개정안을 통해 난립한 배터리 기업의 옥석을 가려 친환경보조금 지원 대상을 선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을 배제하려는 속내가 더 짙어 보인다. 이미 배터리 규범조건 인증을 통과한 기업은 모두 중국 업체들인데 이번 개정안을 앞세우면 앞으로 수년은 한국 업체의 인증 획득을 지연시킬 수 있다. LG화학과 삼성SDI는 현재까지 발표된 1~4차 배터리 인증기업 명단에 끼지 못했으며 5차 인증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개정안이 그 전에 발효되면 5차 인증은 물 건너가거나 규정을 충족할 때까지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한다.

중국 정부는 ‘중국 제조 2025’ 계획에 따른 자국 배터리 산업 육성을 위해 한국 기업을 소외시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현지의 한국 기업 관계자는 “우리 기업이 단기간에 강화된 규범조건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사실상 가장 강력한 장벽을 세운 것으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이종혁기자 hbm@sedaily.com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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