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은행, 금융시장 혼란 틈타 대출금리↑ 수신금리↓...소비자만 봉

시장금리 상승 등 명분으로 대출금리 속속 인상

신한·국민, 일부 예적금 우대금리 슬그머니 낮춰

KEB하나는 만기후 적용 금리 절반 수준으로 인하

수수료 인상·신설도..."저금리 속 금리장사" 지적





최근 은행들이 시장금리 상승과 리스크 프리미엄을 내세워 대출금리를 올리는 가운데 고객에게 제공하는 수신금리는 슬금슬금 낮추는 모습이다. 일부 은행의 경우 금리가 높았던 상품의 판매를 아예 중단하는 방식으로 금리 인하 효과를 내고 있다. 결국 금융시장이 출렁이는 시기를 틈타 은행권은 예대마진 확대의 기회를 잡고 있는 반면 금융소비자들은 대출이자는 늘고 예금이자는 줄어드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들이 일부 예적금의 우대금리와 만기지급 금리를 잇따라 인하하면서 소비자가 누릴 수 있는 수신금리가 낮아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다음달 19일부터 수시입출금 통장 ‘U드림 레디고 통장’의 기본 우대이율을 최고 2.4%에서 1.2%로, 추가 우대이율을 최고 0.7%에서 0.3%로 낮춘다. KB국민은행도 다음달 10일부터 요구불예금통장 ‘KB스토리’와 ‘연금우대통장’의 우대이율을 2%에서 1%로, KB사랑나눔통장 기본이율을 1%에서 0.5%로 인하한다.

또 KEB하나은행은 지난 7일부터 새로 가입한 정기예금과 정기적금·상호부금에 대해 만기 이후 지급하는 기본금리를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낮춘 상태다.

금리가 높은 적금상품들의 판매도 중지되고 있다. 신한은행은 다음달 1일부터 기본금리 연 1.5%에 최대 8.5% 포인트의 제휴사 리워드를 제공하는 ‘신한 롯데백화점 러블리 적금’ 판매를 중단한다. KEB하나은행도 이달 5일부터 제휴기간이 종료된 ‘통합 행복 투게더 G마켓·옥션적금’의 신규 가입을 받지 않고 있다. 이 적금은 기본금리는 1년 자유적립식 기준 연 1.6%로 현재도 가입되는 ‘행복 투게더 적금’보다 0.2%포인트 높았다.


수신 및 서비스 수수료가 신설되는 은행들도 있다. KB국민은행은 다음달 19일부터 기존에 면제됐던 일반 자기앞수표 발행 수수료로 권당 500원을 받기로 했다. 또 IBK기업은행은 내년 1월부터 ‘IBK안심이체(에스크로)’ 서비스 수수료를 일부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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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는 소비자들에게 이중고로 돌아오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금리는 가파르게 인상되고 있는 반면 예적금으로 거둘 수 있는 이자율은 줄고 있어서다.

실제로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늦추려는 금융당국의 정책과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등이 겹치며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5년 혼합형 상품 기준) 금리가 연 4%대 후반까지 올랐다. 이달 18일 기준으로 KEB하나은행의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대 4.73%, 우리은행 4.58%, KB국민은행은 4.48%까지 올랐다.

최근 대출금리가 오르는 데는 은행들의 가산금리 인상이 한몫을 했다. 가산금리는 영업점 운영비용 등을 반영해 은행이 자율적으로 책정하는 금리다. 은행은 이 가산금리를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산출방식조차 공개하지 않는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0%에 그쳤던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평균 가산금리는 지난달(공시일 기준) 1.46%로 뛰었다. 우리은행의 경우 가산금리가 평균 1.7%로 기준금리(평균 1.47%)보다 높았다.

시중은행의 발 빠른 여수신 금리 조정은 올 상반기 역대 최저인 1.55%까지 떨어진 순이자마진율을 다시 끌어올리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금리 인상 명분이 갖춰진 상황에서 수신금리를 다소 떨어뜨릴 경우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 전에 수익성을 상당폭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이 같은 저마진 환경에서도 가계대출 확대를 통한 이자수익 증대로 3·4분기까지 1조원대 초중반의 양호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일부 통장의 금리를 낮추는 것은 예전에 높게 책정했던 것을 정상화하는 것”이라며 “가산금리의 경우 최근 증가하고 있는 리스크 프리미엄을 반영해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조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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