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가 약 4억달러를 들여 한국산 K-9 자주포 부대를 편성할 계획이다. 국산 무기가 북유럽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9의 유럽 진출은 한국산 무기의 이미지 개선과 해외 영업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핀란드를 방문 중인 장명진 방위사업청장은 25일(한국시간) 핀란드 육군과 K-9 자주포 및 후속 군수지원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양국은 이르면 내년 초 정식 계약을 맺을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에 따라 한국은 중고 K-9 자주포 48대(약 2억달러)와 수리 부품과 정비 기술 교육 등 후속 군수지원(2억달러)을 제공하게 된다. 사업 총 규모는 4억달러 수준이다.
핀란드 육군이 구형 견인 곡사포를 대체할 이 사업에는 영국의 AS-90과 슬로바키아의 주자나(차륜형) 등도 참여했으나 최종 경쟁에서는 독일의 Pzh-2000과 한국의 K-9이 경합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의 한화테크윈이 생산하는 K-9 자주포가 최종 선택된 것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데다 후속 군수지원이 용이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으로 풀이된다.
K-9 자주포는 경쟁 자주포 중에서 생산량이 가장 많다. 특히 한국 육군과 해병대의 대량 운용 덕분에 현역 자주포 중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운용되고 있다. 터키·폴란드에도 수출돼 국제적 부품 협력이 가능하다는 점도 선택 이유로 손꼽힌다.
군사 전문가들은 서유럽에 대한 최초의 대형 방산물자 수출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가격은 물론 성능이 보장되지 않는 한 구매하지 않는 서유럽 국가에 대한 자주포 수출은 국제적인 품질 공인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K-9 자주포를 터키에 기술 수출하고 폴란드에 차체를 공급한 적이 있으나 서유럽 지역 수출은 처음이다. K-9 자주포는 핀란드 인근의 노르웨이는 물론 인도와 중동 국가들과도 상담이 진행되고 있어 수출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핀란드에 대한 수출은 한국군 전력 공백 최소화의 과제도 안게 됐다. 창고에 보관한 재고 무기나 중고품을 수출하는 미국이나 독일 등과 달리 한국은 일선 부대에서 운용하는 자주포를 돌려 정비 과정을 거친 후 수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신품 생산을 독려해 전력 공백을 이른 시일 내에 메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즉각적 수출을 위해서라도 예산 효율화의 전제 아래 전시치장물자를 늘리는 방안을 강구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