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의 검찰 조사 거부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박 대통령 측은 검찰이 이달 20일 중간수사 결과 발표에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정호성 비서관 등을 기소하면서 대통령과의 공모관계를 적시하고 피의자로 입건한 데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1차 검찰 조사 시한을 거부하기도 했다. 유 변호사는 당시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해 “상상과 추측을 거듭해서 지은 사상누각”이라고까지 정면 반박했다.
박 대통령 측의 검찰 조사 거부는 형식이나 명분 모두에 맞지 않다. 박 대통령은 4일 대국민담화에서 “(최순실 사건의) 진상과 책임 규명에 협조할 것”이라며 검찰 조사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를 거부함으로써 박 대통령은 결과적으로 스스로의 약속을 깨버린 것이다. 검찰의 조사시한 전날에야 변호인을 시켜 문자 메시지 하나로 조사 거부를 통보하는 것도 국민 정서상 납득하기 힘든 조치다. 박 대통령은 검찰 조사를 거부할수록 ‘시간 끌기’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국민의 눈에 비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추가 의혹이 갈수록 드러나면서 국민적 반감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