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모친 고 육영수(陸英修·1925∼1974) 여사 탄생 91주년을 기리는 숭모제가 29일 고향인 충북 옥천 관성회관에서 열렸다.
옥천군과 옥천문화원 주최로 열린 이 행사에는 육씨 종친, 친박(친박근혜) 단체 회원, 시민 등 100명이 참석했다. 내빈석에 초대된 옥천군수 등 이 지역 기관·단체장들은 자리에 나오지 않았다. 옥천군은 이 행사에 700만원을 지원했다.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시민단체 회원들은 행사장 입구에서 피켓시위를 펼쳤다. ‘박 대통령 퇴진 옥천국민행동’ 등 시민단체는 “대통령의 국정 실패로 나라가 혼란에 빠져 있는데, 국민의 혈세를 들여 어머니 탄신제를 여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행사 중단을 촉구했다.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던 이들과 현장에 있던 ‘박해모’(박근혜를 사랑하는 해병 모임) 등 보수단체 회원들과의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고성과 욕설이 오가고 ‘이게 나라냐’ 등 문구가 적힌 시위용품 등도 찢겨나가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박사모 등 보수단체 회원들은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행사장 입구에 서서 애국가를 부르기도 했다.
숭모제는 육 여사 약력 소개와 탄신 제례, 생전 활동 영상 시청, 헌화 순으로 30여 분간 조촐하게 진행됐다. 주최 측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등으로 악화한 국민 여론을 고려해 해마다 열던 문화공연과 기념행사 등을 모두 취소했다고 밝혔다.
예년에는 행사에 이 지역 기관·단체장 등 600여명이 대거 참석해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육 여사가 교사로 재직했던 옥천여자중학교 관악부를 비롯해 어린이·승려 등의 노래와 바라춤 공연 등 성대한 문화공연도 펼쳐졌다.
옥천문화원 관계자는 “시국 상황을 고려해 행사 개최 여부를 고민했지만, 10년 넘게 명맥을 이어온 행사이고 정치적 판단이 필요치 않다는 주관 단체의 의견을 받아 최소 규모로 행사를 열었다”고 밝혔다.
고 육영수 여사는 1925년 옥천서 태어나 옥천 공립 여자전수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다가 1950년 박정희 전 대통령과 결혼했다.
/정승희인턴기자 jsh0408@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