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8년 2월 대통령 임기 5년 단임제가 도입된 후 지금까지 장관들의 평균 재임 기간은 1년 남짓에 불과하다. 이명박 정부에서 임명된 장관 49명의 평균 재임 기간은 18.9개월로 2년이 채 안 됐고 노무현 정부 때에는 11.4개월에 그쳤다. 이 정부도 별반 다를 게 없다. 개인의 결함이나 능력부족 때문에 단명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정책실패에 따른 문책이나 정략적인 이유로 교체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고위 공직자들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는 많은 회한과 서운한 심정이 담겨 있다.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장관급)은 2009년 7월 “정권은 짧고 인권은 영원하다”며 이명박 정권의 인권의식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 2010년 8월 취임한 지 10개월여 만에 국무총리직에서 물러난 정운찬 전 총리도 이임사에서 “할 일 않는 정부도, 모든 일 자신하는 정부도 해악”이라고 쓴소리를 던졌다.
목표를 이루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도 절절히 배어난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장’에 대한 안타까움이 컸다. 그는 2011년 장관직을 내려놓으면서 “‘몸이 곧은 데 그림자가 굽을 리 없다’는 말이 있듯 국민이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경기가 지표경기와 다르다면 더 분발해달라”고 당부했다. 금융위원장 취임사가 무려 22장이나 돼 대통령 취임사보다 더 긴 것 아니냐는 말까지 들었던 신제윤 전 위원장의 이임사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3월 이임식에서 신 전 위원장은 “34년 공직생활을 했지만 꿈을 이루지 못했다”면서 “금융강국이 실현되는 날 작은 몸짓이라도 했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서운함을 드러냈다.
김현웅 법무장관이 29일 박근혜 대통령의 설득에도 뜻을 굽히지 않고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이라는 말을 남긴 채 장관직을 떠났다. 백성들이 윗사람을 믿지 못하면 나라가 서지 못한다는 뜻이다. 국민 신뢰를 잃어버린 박 대통령에게 던진 마지막 고언이 아닐까 싶다. /이용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