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의료 부문의 신규투자가 다소 주춤한 모습이다. 지난 9월 한미약품과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기술수출계약 해지에 따라 제기된 ‘바이오 거품론’의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바이오·의료 부문에 대한 벤처캐피털(VC) 업계의 신규투자액은 380억원을 기록해 전달의 789억원 대비 반토막이 났다. 10월까지 관련 부문의 누적 투자금액은 3,812억원을 기록하며 신규투자액 누적 규모 1위 자리를 정보통신기술(ICT) 제조·서비스(3,954억원) 부문에 내줬다. 10월 유전자 치료제 개발 기업인 툴젠이 100억원을 투자 받는 등 바이오 부문에 대한 신규투자가 이어졌지만 기세가 이전만 못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른바 한미약품 사태의 파장이 영향을 미쳤다는 입장이다. 신약을 기술수출할 경우 최대 수조원의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 9월 말까지만 해도 주를 이뤘지만 이후부터는 투자자들이 ‘신중 모드’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신약후보물질이 임상 초기단계에 돌입한다 하더라도 상업화 성공 확률은 10% 남짓에 불과한데다 글로벌 제약사들 또한 ‘라이선스인(기술수입)’ 한 계약에 대한 계약금 비중을 낮게 책정하고 있어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 모습이다.
실제 한미약품의 경우 9월 65만4,000원에 달하던 주가가 두 달 사이에 30만원대로 내려앉았다. 또 바이오 벤처의 주식시장 진입 문턱도 높아지는 등 이미 증권시장에서는 바이오 부문에 대한 평가가 냉정해지고 있다. 일부 VC 사이에서는 기관투자가를 제외한 일반인들의 투자를 받기가 갈수록 힘들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게다가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에 따른 VC 업계의 몸 사리기와 미국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따른 대체 투자 시장 활성화 등도 향후 바이오 부문 투자 활성화에 걸림돌이다.
다만 이는 한미약품 사태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뿐 바이오 산업 성장 기대감을 감안하면 투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 VC업체 고위관계자는 “9월 투자액이 급증한 데 따른 기저 효과 때문에 바이오 투자가 주춤한 것으로 보이는 것”이라며 “7월 346억원이나 8월 352억원과 비교해서는 10월의 신규투자액이 오히려 더 많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