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경씨의 #내멋대로_책읽기]<1>진실찾기의 올가미, 거짓말 알아내는 법!

“속은 게 바보지~ 이번에도 역시 거짓말이었어 ㅠㅠ ”

상대가 거짓말을 한다는 것을 눈치챘을 때 어떤 기분을 느끼는가? 상대의 거짓말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다가 나중에 진실에 직면했을 때는? 그리고 그것이 선의의 거짓말이었다면?


아마도 선의의 거짓말이든, 아니든 유쾌한 기분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관계의 친밀도에 비례해 참담함과 비참함은 더 커지기 마련이다.

최근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최순실 게이트’ 역시 ‘국정농단’이라는 명칭 그대로, 사상 초유의 국가적 ‘사기 사건’이 됐다. 분초를 다투며 쏟아져 나오는 뉴스 속에서 과연 무엇이 진실인지, 그리고 하필 이런 상상도 못할 일이 국가라는 프레임 속에서 발생하게 됐는지 분노를 넘어 허탈함을 감출 수 없다.

서경씨가 ‘#내멋대로_책읽기’ 첫 번째 편으로 선택한 책은 ‘한국인의 거짓말’(추수밭 펴냄)이다. 책은 특정 단어의 반복, 거짓 미소, 입술을 꽉 다물기 등 거짓말을 할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25가지 시그널을 통해 거짓말하는 행위를 과학적으로 분석한다. 딱 봐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분석력에 누가 저자인가 살펴보니, 그동안 사람의 신체언어와 심리에 대해 고찰해온 전문가이자 저술가인 김형희 교수다. 정보력이 국방부보다 강하다는 삼성전자 연구소와 개발실에서 근무했던 화려한 경력을 보면, 책에 소개된 거짓말 시그널이 터무니없는 ‘카더라’는 아닐 것 같은 ‘강력한 확신’이 들었다. (의심많은 서경씨! 서점 베스트셀러 코너까지 직접 방문해 살펴본다. 역시 예상대로 인기가 많은 책이었다. 딱 한 권 남은 것 득템!ㅋㅋ)

책에 등장하는 거짓말 습관의 사례는 총 1,038개다. 직접 경험한 사례들이 등장하면 책장을 넘김과 동시에 집중력도 팍.

세월호 참사 당시 ‘악어의 눈물’을 흘린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이 떠올랐다.세월호 참사 당시 ‘악어의 눈물’을 흘린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이 떠올랐다.


서경씨도 원더우먼처럼 사실을 캐내고 진실을 끌어올리고 싶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지금 우리가 매일 뉴스를 통해 접하고 있는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역시 뉴스만으로 알기 힘든 “도대체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고, 누굴 믿어야 할까”를 고민하게 만드는 ‘진실 찾기 퍼즐’의 연속이다. “현대인의 대화법과 예의범절은 나를 숨기고 상대방의 속마음을 파악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는 구절은 백퍼센트 공감이 된다. 어쩌면 아주 어렸을 적, 첫 번째 사회 생활인 유치원부터 우리는 상대방의 마음에 들기 위해, 혹은 나의 부족함이나 잘못을 감추기 위해 ‘선의’라는 핑계를 내걸고 거짓말을 해오지 않았을까.

OECD 사기범죄 1위, 이쯤이면 거짓말 공화국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 사회에서 분석한 25가지 시그널이 설득력이 있다.OECD 사기범죄 1위, 이쯤이면 거짓말 공화국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 사회에서 분석한 25가지 시그널이 설득력이 있다.


저자는 문헌서적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5년간 직접 발로 뛰어다니면서 수집한 사례 1,038개를 세분화했다.

총 25개의 시그널 중 가장 펼쳐보고 싶었던 항목은 ‘시그널 21. 침묵은 거짓말이다’. 최근 3차 대국민담화 당시 기자들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대통령의 속내는 과연 무엇일까 궁금했던 차였기에 눈길이 확 갔다. 책은 이렇게 말한다.

“거짓말쟁이는 의도적으로 침묵을 조절한다. 침묵은 때때로 대화에서 상대방에게 판단을 떠넘기는 역할을 수행한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후 대통령은 세 차례에 걸쳐 대국민담화라는 이름을 빌려 공식 석상에 섰지만 미리 주어진 원고를 읽는 것 외에 어떤 말도 하지 않았고, 기자들의 질문은 전혀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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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상대에게 궁금증을 유발하는 ‘침묵이라는 장치’ 또한 거짓말이라고 꼬집으며 박근혜 대통령의 침묵하는 행동에 대한 해석을 명쾌하게 내놓았다. 사태의 중심에 서 있는 최순실씨가 국정 개입 정황과 주변 인물과의 관계에 대해 묻는 질문에 “난 모른다”고 침묵으로 일관하는 태도 역시 온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거짓말에 불과하다. ‘똑똑한 사람이었는데 망가졌다’고 표현되던 안종범 전 수석 역시 어느 순간 살아남기 위해 거대한 조직에 순응하는 선택을 했고, 종국에는 자신이 ‘중대한 거짓말’을 하고 있는 줄도 모르게 됐다.



저자는 거짓말을 찾아내는 4가지 방법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특히 미국인이나 중국인, 영국인, 일본인들과 다른 한국인만의 특성을 찾아낸 점이 눈에 띈다.

저자는 유독 한국인의 거짓말을 찾아내기 어려운 이유로 ‘군대 문화’를 꼽았다. “군대는 계급에 의해 움직이는 조직이며, 명령에 대한 철저한 복종이 요구되는 무력 집단이다. 따라서 군인은 적어도 병영 안에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 그저 상명하복의 원칙에 의해 주어진 명령을 무리 없이 수행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울고 싶어도 참고, 웃고 싶어도 감정을 다스린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상당 부분 공감을 하다가도 한편으로는 군대 문화를 경험하지 못한 여성이나 학생, 아이들의 거짓말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지 궁금증이 들었다.(요건 나중에 저자가 후속편에서 속시원한 해답을 내놓으시길!)

그럼에도 우리가 본격적인 사회 생활을 시작할 때 주변에서 “괜히 나서지 말고, 감정을 최대한 숨기고, 모든 감정을 드러내지 마!”라고 조언을 하는 것은 거짓말이 참말보다 효력을 발휘하는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묘책이 아니었을까.



“속은 놈이 바보지!!”

거짓말의 대가로 돌아오는 말은 거짓말을 한 사람이 비난받는 것이 아니라, 거짓말에 속은 사람이 바보가 되는 한국 사회의 문화도 문제다.

우리 사회가 비정상으로 비대해지기까지 수많은 거짓말로 쌓아올린 탑과 함께 성장했지만 매번 엄격한 윤리적 잣대로 거짓말쟁이를 찾아내 단죄했다면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잘 속이는 사람과 잘 속는 사람의 합(合)이 맞아야 비로소 거짓말은 완성된다”는 저자의 말처럼, 우리 역시 이번 사건을 통해 거짓말을 할 수 없도록 제대로 감시했는지, 혹은 ‘잘 속는’ 아둔함으로 이 지경까지 오는데 일조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하는 계기로 삼게 됐으면 좋겠다.



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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